김덕우 < 우리기술 사장 dwkim@woritg.com > 얼마 전 동생이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동생은 6년째 신부전증을 앓았고 병세는 좀체 호전되지 않았다. 신장이식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몇몇 민간기관에 이식신청을 하고 가슴을 조이며 기다렸다. 워낙 신청자가 많아 차례가 언제 올지 막막하기만 했다. 작년 이후 정부가 장기이식을 관할하고부터 오히려 절차가 복잡해지고 이식도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여러번 들은 터였다. 우리 가족은 기증받는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사정을 알게 된 외사촌누님께서 선뜻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경과도 좋은 편이다. 동생은 절망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누님의 담대한 사랑으로 동생이 진정한 생명을 얻은 것이다. 그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누님은 그저 담담한 표정이었다. 장기기증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고귀한 희생이다. 기증자와 가족의 큰 의지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장기나 골수기증을 약속하고도 수술을 앞두고 슬그머니 병실에서 사라지거나 가족의 반대로 기증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욱이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발부(身體髮膚)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유교적 신체관이 강한 우리나라에선 다른 나라에 비해 이런 일이 더 잦다고 한다. 미국에 입양됐다 골수이식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던 성덕 바우만도 첫번째 기증예정자가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쳐 끝내 기증을 못하는 바람에 다른 기증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다행히 장기기증이나 골수기증 모두 그 숫자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필요한 사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더구나 골수채취시 상당한 고통과 후유증이 따른다는 따위의 근거 없는 낭설이 장기나 골수기증의 또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골수기증시에 고통도 별로 없고 후유증도 없는데도 말이다.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골수기증서 작성을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