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뉴욕타임스에 등장한 한 전면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메이커 컴퓨터 어소시에이트(CA)의 찰스 왕 회장과 산제이 쿠마르 사장,러셀 아르츠트 수석부사장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진과 함께 '왜 이들이 웃고 있는가'라는 큰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한 소액주주가 CA를 공격하는 아주 이례적인 내용이다. 지난 5년간 주가수익률이 마이너스 11%인데도 불구하고 이들 세사람은 10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챙기는 등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경영자들이라는 것.따라서 오는 8월 29일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고를 낸 샘 와일리라는 사람은 자신이 경영을 하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며 소액주주들에게 주총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거대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겠다고 나선 '선전포고'인 셈이다. 대담한 선전포고는 즉각 CA측의 반격광고로 이어졌고 요즘들어 양측은 신문지상에서 이전투구식 광고전을 벌이고 있다. 광고싸움 덕에 샘 와일리는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됐다. 사람들은 그가 누구이고 이런 일을 벌이는 진짜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에 궁금해 한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해 큰 돈을 번 뒤 지금은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그는 부시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서는 등 정치권과도 매우 가까운 인물. CA측은 그의 주장에 대해 콧방귀를 뀌고 있다. 회사를 4개부문으로 분할하겠다는 그의 구상은 비용만 많이 들어갈 뿐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순수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운동을 빙자해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이 짙다는 게 시각이다. 그가 회사를 운영할 때 거꾸로 소액주주들의 공격을 받았던 전력이 드러나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그가 회사측 약점을 잡고 검은 이익을 노리는 기회주의자인지 아니면 진정한 소액주주 권리를 위한 행동주의자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미국의 소액주주운동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공부거리가 될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