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우연히 철원에 갔다가 개울에서 우렁이를 잡은 적이 있다.

집에서 길러볼 생각으로 가져오기는 했으나 물이 문제였다.

궁리 끝에 일단 어항에 수돗물을 받아놓은 뒤 염소를 증발시키기 위해 하루 정도 놓아뒀다.

그 물에서 우렁이는 1년 넘게 건강하게 살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물에 파란 이끼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를 보고 수돗물은 ''안심하고 마셔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몇년 사이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우연히 민물붕어를 얻게 돼 우렁이처럼 같은 방법을 거쳐 수돗물에서 키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파란 이끼 대신 누런 이끼가 어항을 더럽혔다.

서울 수돗물의 취수원이 많이 오염돼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최근 수돗물에서 장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소식에 온 장안이 떠들썩하다.

가뜩이나 사회 전반에 불신이 깊어가는 시대라 그런지 수돗물 바이러스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장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필자로서는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사건이다.

과연 장바이러스가 검출된 수돗물을 마시면 병에 걸리는 것일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장바이러스는 소아마비를 유발하는 폴리오바이러스와 비폴리오바이러스로 나뉜다.

비폴리오바이러스는 또 콕사키바이러스 에코바이러스로 구분된다.

그러므로 장바이러스에는 소아바미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와 콕사키바이러스 에코바이러스 등이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폴리오바이러스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

소아의 대부분이 이를 예방하는 백신을 맞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립보건원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공동연구 결과에서도 한국은 폴리오바이러스의 안전지대로 판명됐다.

콕사키바이러스와 에코바이러스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연중행사처럼 소아에게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무균성 뇌수막염과 수족구병이다.

감기와 같은 급성열성질환 간염 심근염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들 질환은 대개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잘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신생아에게 간염이나 심근염이 유발되면 위험할 수도 있다.

또 선천성 면역결핍 질환을 가진 환자가 뇌막염에 걸리면 뇌염으로까지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대변에 손을 댄 아동을 통해 전파된다.

음식 혈액 호흡기 등을 통해 감염되기도 하지만,그 확률은 미미하다.

일반적으로 장바이러스는 염소로 소독하면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이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수돗물을 끓여 마시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문제의 핵심은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바이러스가 어린이들에게 질병을 일으키느냐의 여부다.

실제로 A형 간염의 경우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만 보면 수돗물이 이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수돗물이 장바이러스에 오염돼 질병을 유발시켰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

이와 함께 생각해야할 것은 얼마나 많은 병원체가 우리 몸에 들어와야 병에 걸리느냐 하는 문제다.

하지만 장바이러스의 경우 아직까지 연구된 것이 별로 없다.

또 우리 몸이 어느 정도의 면역기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요컨대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온다고 해서 반드시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장바이러스가 검출된 수돗물을 마셔도 질병에 걸릴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돗물의 정수장을 다시 점검하고 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대비를 하는 것이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국민에게 안심하고 물을 마시도록 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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