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소위 ''마늘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마늘 분쟁 타결과정에서 약속한 마늘 수입분 3만2천t 가운데 1만t 가량을 우리나라가 수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경우에 따라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수입중단 조치를 다시 취하겠다는 내용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해당 품목의 교역 규모는 마늘 수입은 대략 1천만달러에 조금 모자라고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은 6억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생각해볼 두 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세계경제의 추세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정서다.

20세기 후반 세계 경제에서 공통된 추세를 하나 든다면, 그것은 1차 상품의 가격하락이다.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라는 센세이셔널한, 그리고 자신만만한 미래 예측 보고서를 출판했다.

이 보고서는 즉각 많은 반향을 일으켜 세계 27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무려 1천2백만부가 팔렸다.

그 내용의 핵심은 85년까지 농산물, 그리고 광산물 등 각종 원재료가격이 폭등해 공업생산에 치명적 한계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후 사정은 다행스럽게 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다.

예컨대 로마클럽은 전화가 보급되면 될수록 구리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전화 가설에 사용되는 구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으며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지금 석유가격이 99년에 비해 3배 가량 뛰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현재의 석유가격은 79년 제2차 오일쇼크 때의 가격과 같다.

다시 말해 석유가격은 지난 20년간 변하지 않았다.

농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특히 농산물가격의 지속적 하락은 어떤 명분으로도 국내 농산물 보호를 더 이상 정당화하지 못한다.

1차 상품의 생산성 향상, 즉 지속적인 가격하락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의 경제 운영방식을 바꾸도록 했다.

전통적인 경제개발 이론에 따르면,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은 대체로 1차 상품을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한다.

반면 공업 선진국은 공산품을 팔고 원재료를 구입한다.

1차 상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한 세계 경제는 그런 질서를 유지했다.

그러나 1차 상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교역조건이 악화된 개발도상국은 더 이상 농산품과 원재료 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급속히 산업화 정책을 추진했다.

공업 선진국 역시 원재료의 가격상승 압박에서 벗어나 산업을 더욱 고도화하고 지식 산업으로 이동했다.

필자의 기억으로 지난 61년 우리나라의 수출품은 중석 철광석 곡물 합판 활선어 등이었다.

지금은 조선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전자제품 등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1차 상품 수출국에서 공산품 수출국으로 성공적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산업의 이동보다 정서의 변화가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일본은 자국의 농산물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을 외국의 정부가 더 심하게 해주길 바란다고도 한다.

이는 지방의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생명을 걸 수 없어 미국과 유럽 등 외국의 압력을, 소위 가이아츠를 역이용하자는 잔꾀다.

우리나라의 마늘도 같은 상황이다.

마늘재배 지역 농민의 반발은 말할 것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랜 정서를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이해가 된다.

최근 필자는 농민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청중들 가운데 지금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10% 가량이 손을 들었다.

그 10% 사람들에게 다시 자식에게 농사를 짓게 할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입 농산품보다 수출 공산품 금액이 더 크다는 계산이 아니다.

농산물은 신토불이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지식상품으로 전환할 시점에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논란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jklee48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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