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부 < 서울시의회 의장 lyb@lybcv21.co.kr >

올해는 절기상으로 봄비가 내려야 할 우수(雨水)를 사흘 앞두고 때아닌 폭설이 쏟아져 소동을 벌였다.

32년 만의 폭설로 경기도와 강원도 지방의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들이 모두 주저앉아 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서울에선 올림픽체조경기장 지붕이 내려앉았다.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은 천재지변을 탓하기 전에 어처구니없는 안전불감증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았다.

다가오는 해빙기가 왠지 불안해진다.

해마다 겨울을 넘기고 나면 축대나 담장,가스배관에 문제가 생겨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매년 반복되는 일인데도 이를 막지 못하는 것을 보면 우리 공직사회가 지나치게 단기업적주의에 매달리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새 건축물을 건설하는 등 생색나는 일에는 서로가 앞다퉈 나서려고 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를 유지·보수하고 재해에 대비하는 일엔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풍토다.

성수대교와 삼풍아파트 붕괴의 참사도 이같은 우리 공직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지하철의 편리함을 인정하면서도 혹시 무너져 매몰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지하철을 관리하는 지하철공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홍보하지만 왠지 찝찔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자성과 함께 시설물에 대한 안전을 신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

시민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시설물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시민이나 학생들이 참여하는 점검시스템을 도입하여 안전상태를 신뢰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안전사고의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해빙기를 맞으면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대 격언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