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끈 주된 요인은 바로 높은 생산성 증가율이었다.

높은 생산성 증가율은 빠른 경제성장과 낮은 인플레를 가능케 했고 기업의 이익을 확대시켜줬다.

또 주가 부양효과를 통해 투자를 촉진,다시 생산성 향상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왔다.

따라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리느냐보다는 미국 기업들이 과연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이처럼 미국의 10년 호황을 떠받치는 지주로 지적됐던 신경제의 요체이기도 한 생산성 증가율이 지난해 4.4분기에 2.4%(연율기준)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개월전 0%였던 단위 노동비용 증가율이 4%를 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율은 1973∼95년 기간의 연평균 1.4%에 비해 지난 96∼2000년 기간에는 연평균 3%를 기록,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학자들간에 서로 다르다.

일부 학자들은 정보기술산업 이외 분야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최근 높은 생산성 향상은 경기 호황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대통령 경제보고서는 지난 95년 이후의 생산성 향상은 모두 구조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관론자들은 생산성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둔화됐지만 급속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비관론자들은 생산성 증가가 슬럼프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의 생산성 증가율 2.4%는 GDP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된 것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으나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기도 전에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됐다는 점은 생산성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95년 이후 이뤄진 생산성 향상이 전혀 경기순환곡선을 타지 않는 것이었다고 믿기는 어려워졌다.

그 기간에 실업률은 하락하고 경상수지 적자는 3배로 늘어남으로써 생산이 잠재능력보다 빨리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 지속될 것인가 여부는 기업들이 경기둔화에 대응해 어떻게 투자와 고용을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신경제에서는 정보기술 투자가 경기를 타지 않는 것으로 돼 있으나 기업들은 이미 투자계획을 감축하고 있다.

기업투자는 지난해 4.4분기 9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훌륭한 컴퓨터시스템과 즉각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가진 기업들은 과도한 재고누적을 피할 수 있도록 돼있으나 판매가 둔화되면서 재고가 급격히 늘어났다.

재고증가 속도는 지난 90년대초 경기침체 이후 가장 빠른 것이었으며 이로 인해 생산감축이 불가피했다.

과거엔 기업들이 경기둔화 초기단계에서는 감원을 늦게 단행함으로써 생산성 하락을 초래했으나 신경제에서는 신속하게 감원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들은 감원은 하지 않고 조업시간만을 단축함으로써 고정비용 절감에 실패하고 있다.

수익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기업들은 재고, 투자계획, 종업원 수를 줄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아직도 정보기술과 시의적절한 정보가 기업들이 신속하게 적응하도록 도와줘 경기순환곡선의 골을 얕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업들이 신속하게 움직일수록 경제전체의 생산 및 이윤 감소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정리=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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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2월10∼16일자에 실린 ''Will America''s "new economy" survive the downturn?''이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