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오티스는 올들어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했다.

작년말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문이 오티스로 매각돼 외국계 기업으로 변신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거둔 성과다.

과거 LG산전 시절의 점유율은 40~45% 정도였다.

그런데도 LG오티스는 한사코 최근 실적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경쟁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동양에레베이터의 매출액을 합한 것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라고만 얘기한다.

이 회사가 기업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배경에는 외국계 기업으로서 한국 시장을 잠식한 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 판도는 과거 LG 현대 동양의 3파전에서 전형적인 ''1강(强) 2중(中)'' 체제로 바뀌고 있다.

LG오티스의 약진은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 기업인 오티스의 직·간접적인 기술지원과 ''무결점 생산시스템''이 한몫 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지난 수년간 상당한 이익을 올렸지만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재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히해온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현대 사태의 여파로 매각이 발표되면서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현재 미쓰비시와 자본 및 기술제휴 협상을 벌이고는 있지만 경영권 양도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에레베이터 역시 IMF사태 이후 부천공장을 매각하는 등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신규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20%에 달했던 수출 비중도 5%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동양은 이에 따라 핀란드 코네측과 제휴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 또한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3사는 차세대 엘리베이터 시장을 놓고 또 한차례의 격돌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LG오티스는 ''차세대 디지털 엘리베이터''로 불리는 ''젠(GEN)2''를 오는 10월 중 내놓을 계획이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상부구동형 플랫벨트를 사용,구동 면적이 넓고 윤활유 등의 급유가 필요치 않아 미끄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다.

플랫벨트는 두께 0.3㎝ 폭 3㎝의 폴리우레탄 피복에 12개의 강철선이 내장돼 기존 제품보다 안전도를 크게 보강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에 맞서 현대측은 기계실을 없애고 구동모터와 안전장치를 바닥에 설치한 ''스페이스 세이버''로 맞서고 있다.

또 80여개 협력업체와 쌍방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e카탈로그 e판매 등이 가능한 e비즈니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동양은 고급 기종의 지속적인 개발 및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을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각 지역판매망을 보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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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오티스 장병우 사장 >

장사장은 작년까지 LG산전의 부사장으로 있다가 LG오티스의 초대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철저한 성과위주의 기업문화와 탁월한 인재육성시스템에 놀랐다"고 외국계 기업 사장으로서 느낀 점을 말했다.

성과를 보상하기 위한 파격적인 급여체계와 다양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에 혀를 내두를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또 다국적 기업이 국내 기업을 단순 하청기지화 한다든지,일방적으로 과실을 빼먹는 것과 같은 "부조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티스는 한국 지사를 동북아의 전략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있습니다. 이익의 대부분은 국내에 재투자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다국적 기업의 한국시장 진입을 막기위해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오티스의 기술 및 마케팅지원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