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는 학생 1인당 교육비나 교수 1인당 학생수, 장학금 수혜율이나
기숙사 수용률 등 여러 지표에서 국내 대학 가운데 선두그룹에 속해 있다.

지난해 이 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약 2천9백만원.

전국 1백15개 대학의 평균 교육비인 6백23만9천원의 4배가 훨씬 넘는
액수다.

포항공대의 교수 1인당 학생수는 5.8명으로 9.5명인 미국 MIT보다 낫다.

정성기(55) 포항공대 총장은 "공대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실험 실습이 주축이 된 현장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공대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가.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하는 인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1960~70년대 과학기술의 수명은 20~30년 정도 됐다.

하지만 지금은 5년 이상 가질 않는다.

정보통신 분야는 그 변화속도가 특히 심하다.

급변하는 기술과 함께 기업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선 이에 걸맞는 인력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다"

-산업계 적응능력이 뛰어난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대학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실험 실습을 통한 현장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한다.

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현실감 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해
이론과 실제가 겸비된 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산학 협력이 꼭 필요하다.

대학의 연구기능은 기업의 R&D(연구개발)를 대체하는 성격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흡수하기 위해 재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공대와 연구소의 인력을 상호 교류해 "평생" 교육 개념으로 상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또 전문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갖춘 과학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보편성이 없는 기술은 응용 범위가 좁아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튼튼한 기초기술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항상 새로운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분야별 기능별로 특화된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대학이 모든 분야를 다 잘하기는 힘들다.

각 대학이 전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급인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 포닥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의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등 국제적 차원의 연구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일방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우수 인력을 내보내기만
했지 우수한 해외 브레인을 끌어오는데는 소홀했다.

이젠 일방적인 인력 내보내기가 아니고 쌍방향의 인력교류가 중요하다.

기초과학교육과 응용기술교육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대내 혹은 공대와 자연대 사이의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제도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학문간 벽을 허무는 과정을 통해서만 창의적인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복수전공을 한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을 할때 "전공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초중고교 과학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대학에서만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초중고교의 과학교육 과정이나 시설은 수십년전과 달라진게
없다.

기자재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부실한 과학실 하나를 놓고 몇천명의
아이들이 쓰고 있다.

그나마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과학 실험실습은 생략하는 것이 일쑤다.

학창 시절에 배우는 과학기술은 실제 실험을 통해 원리를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과학기술은 단순히 선진기술을
응용하고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사회 전체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공학도를 "공돌이"라 부르는 현재 상황에선 공대생과 교수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소용이 없다.

말로만 과학기술을 중요하다 할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아끼고 지지하는
"과학 마인드"가 형성돼야 한다.

과학문화센터 같은 기구를 지역별로 만드는 등 온 국민이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방실 기자 smil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