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가가 연이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270포인트의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종합지수는 이미
210선까지 떨어졌고 연초에 620이었던 벤처지수는 이미 440선대로
떨어졌으니 선도주들의 가격동향에 따라서는 자칫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코스닥 주가의 이같은 급락세는 물론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전경련과 삼성경제연구소등 일부 단체가 코스닥 증시의 거품 현상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거니와 증권사 객장의 투자자들이나 증권
브로커들조차 최근에는 관련 주가의 이상급등을 경계해왔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AOL, 야후 등 세계 인터넷 산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나스닥 시장에서 일제히 급락한 것이 촉매역할을 하면서 국내 코스닥
시장을 폭락세로 밀어넣고 말았다.

세계증시의 동조화 현상에도 원인이 있다고 하겠지만 코스닥 시장의 구조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반증도 된다고 하겠다.

코스닥 시장은 원래 사업성과가 불투명하고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
들이 상장되어있는 만큼 투기적인 가격등락을 보이는 것이 어느 정도 당연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분석 능력이 부족한 초보투자자들까지 대거 이 시장
으로 몰려들면서 유사시의 주가폭락이 커다란 사회적 후유증까지 낳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더욱이 기업정보등 투자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정도
이고 증권시장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투자자 보호장치조차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라는 게 증권계가 분석하는 코스닥 시장의 현실이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코스닥 주가의 과도한 상승이 해당 주주들에게
일시적으로는 좋은 소식이라 하겠지만 국내 벤처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시장에서의 과도한 가치평가가 산업계에서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로막고 기업간 합병과 협력등 첨단산업 분야의 사업재편을 저해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면 이는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자본시장에서 주당 수백만원짜리의 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기업의 미래에 투자할 진정한 자본주를 확보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라
할 것이다.

주가는 크게 오르면 반드시 크게 떨어지는 속성을 갖고 있는 만큼 당국은
주식가격 상승이 벤처정책의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재인식하고 코스닥 시장
제도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기업 공시제도를 구체화하는등 합리적인 시장
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