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무슨 멋을..."이라며 멋내기에 신경쓰는 남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젊은이들은 여성 못지않게 외모에 관심을 갖는다.

미용실에서 염색도 하고 피부 마사지도 받으며 각종 운동으로 몸매를
다듬는다.

귀고리를 한 남자도 꽤 많고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는 가벼운 메이크업
정도는 기본이다.

옷차림에서의 멋내기는 좀더 적극적이다.

직장을 다니는 비즈니스맨도 투버튼 재킷과 앞주름 잡힌 바지로 사각형
실루엣에 갇히는 것만은 절대 사양한다.

여자옷 처럼 허리선이 들어가거나 주머니가 변형돼 달려있는 옷 등 이전에는
꺼렸던 디자인들을 유행의 한자락으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

트렌드에도 어느정도 민감해져 "이번 계절의 유행은 무엇이다" 정도는 꿰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패션의 변방에 머물러 있는 남성들의 옷차림이 이제는
중심지대로 자리를 옮겼다.

편하게 입는 캐주얼웨어의 경우 정장보다 패션화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

지퍼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바지, 벨트 없이 끈으로 폭을 조절할 수 있도록
된 허리선, 등 뒤에 노트북 케이스가 달려 있는 점퍼 등 실용적이면서도 재미
있는 디자인들이 패션리더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국내 유수의 패션연구소들이 발표한 2000년도 경향에 따르면 시간이 갈수록
남성복의 패션화 바람은 더욱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삼성패션연구소측은 "내년도 남성복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경직된 룩에서
완전히 벗어나 어느 때보다 가볍고 편안하면서도 실용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새로운 시대가 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가 되리라는 낙관론에서
나왔다.

이 연구소는 "뉴 밀레니엄 첫해의 봄 여름은 흰색과 베이지, 밝은 회색 등
부드러운 느낌의 색상들이, 가을 겨울에는 카키색, 짙은 블루, 벽돌색 등
자연을 닮은 색상들이 유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빛"을 묘사한 색상이 등장,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얻으리라는
전망이다.

또 무채색이 주도했던 남자옷에도 급속도로 컬러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하다.

소재는 한결 가벼워진다.

금세기에는 셔츠를 만들었던 천이 재킷과 코트 등 겉옷에도 사용된다.

21세기는 남성들이 비즈니스복으로 셔츠같은 느낌의 재킷을 입고 한겨울에도
셔츠처럼 얇지만 따뜻한 코트를 입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게 삼성패션연구소측
의 상상이다.

질 샌더는 남성복의 패션화를 이끌고 있는 리딩 브랜드로 꼽힌다.

특히 올초 발표한 1999/2000년 추동 질 샌더 컬렉션은 "향후 남성복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를 대변해준다.

질 샌더가 제시한 신세기의 옷은 무형식적이지만 단정하고, 편안하고
자유롭다.

또 캐주얼과 정장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이 모두가 독특한 디자인, 세련된 색상, 최첨단 소재를 통해 구현됐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고전적인 남성복 테일러링의 레퍼토리를 다루면서도
색상이나 형태에서는 어떤 형식도 따르지 않았다.

유연하고 편안한 라인과 자연스런 어깨선, 여유있고 둥근 실루엣의 소매 등
기존의 직선적이고 딱딱한 신사들의 옷과는 거리가 멀다.

또 옆선이 없는 바지, 깃부분이 패딩처리된 셔츠 등 젊은 감각의 디자인도
많이 선보였다.

옷소재는 멀티컬러 멜란지와 코팅된 면 개버딘, 안쪽면에 고무처리한 모가
주류를 이뤘다.

천연소재를 첨단기술로 가공해 편안함과 실용성을 더했다.

또 어린 낙타털, 광택있는 가죽 등 고급소재도 찾아 볼 수 있다.

질 샌더가 제안하는 추동 색상은 검정색과 청회색, 맑은 하늘색과 어두운
하늘색, 황금 황토색 등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