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감독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IMF의 최대현안인 연쇄적인 통화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감독체계를 기존의
국별에서 지역단위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IMF가 감독체계를 바꾸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까지 통화위기의 주범인 해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본을
규제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투기자본의 규제하는 방안으로 전세계 통화를 달러화로 단일화
하자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과 차제에 결제통화를 없애자는 대안
경제론이 제시됐다.

물론 이 방안들은 너무 급진적이고 도입시에 각국의 경제주권 침해가 우려
되어 논의수준에 그쳤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와 감독권 강화 등 소위 금융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은 논의와 실행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결국 최근 들어서는 IMF의 본래 기능인 국제금융시장의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됐다.

즉 IMF의 재원을 확충하여 최종대부자로서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처럼 국제관계가 각국의 경제실리 추구에 의해 주도되는 시대에
있어서는 회원국들의 추가적인 재원출연이 여의치 못하다.

보완책으로 IMF가 보유한 금을 처분하거나 기존의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문제 역시 금을 매각하는 방안은 금값의 폭락으로 또다른 형태의 위기
가능성이 우려됐다.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도 위기당사국의 대출상환에 소극적인 태도로 새로운
도덕적 해이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실효성면에서 의문시됐다.

반면 90년대 이후 국제금융시장은 정보통신의 발달과 지역주의로 인접국
통화간의 연계성은 강화됐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느 한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되면 곧바로 인접국으로
확산되는 전염현상이 심화된다.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에 몰린 가장 큰
원인이 전염효과임을 감안하면 지역공동으로 감독하게 되면 금융위기는
상당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역감독체계로 전환되면 개별국가 차원에서 외환보유고를 많이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

동일감독내 국가의 외환보유고를 풀(pool)로 활용할 경우 언제든지 개별
국가의 입장에서는 제2선 자금(back-up facility)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만큼 IMF의 입장에서도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필요한 보유
재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인접국간의 경제력 격차가 심할 경우 지역감독체계는
도입되기가 어렵다.

오히려 경제여건이 취약한 국가에게는 투기적 요인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유로화 도입시에 전제조건이었던 경제수렴조건(economic convergence
condition)을 도입하여 공동감독권내에 속한 국가들의 경제여건을 사전에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경제주권과 지역내 주도권 논의도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처럼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따라 역사적 감정이 잔존해
있는 지역일수록 이런 논의가 심해질 것이다.

지역감독체계가 도입되기 전에 공동감독권내에 속한 국가간에 충분한
논의와 협조가 있어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 IMF의 관리방식이 지역감독체계로 전환될 경우 세계경제나 국제금융
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무엇보다 세계경제질서가 권역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WTO와 같은 다자주의 체제속에도 지역주의 움직임이 강화되어
왔다.

지역공동차원의 금융안정포럼(FSF)과 공동기금 마련, 단일통화가 도입되면
지역블럭의 확대와 심화과정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주의의 광역화 추세와 어울려 앞으로 세계경제질서가
북미, 유럽, 아시아간의 3대 광역경제권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새 천년의 세계경제는 3대 광역경제권간의 견제와 균형에서
비롯된 현상들이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질서도 그동안 논의돼온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
이 높다.

앞으로 3대 경제권의 단일통화로 등장할 달러화, 유로화, 엔화(혹은 아시아
단일통화)간의 환율움직임에 상하변동폭이 설정되는 새로운 통화질서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재 IMF가 구상하고 있는 지역감독체계가 도입될 경우 국제투기자본
의 활동성을 규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IMF가 지향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IMF의 감독체계 개편에 맞춰 지역주의나 아시아 공동차원의
기금마련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한상춘 <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