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 동대문문화원장 한의학박사 >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이다 "사정"이다 하며 비리척결을 해
왔지만 아직도 공직자 비리는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전 건설협회 산하 연구소가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아직도
상당수 건설업체가 인허가업무와 관련해 관행적으로, 또는 보고서 생략 등을
조건으로 관계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더욱 놀랄 일은 그런 비리가 대부분 공직자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인허가업무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위임에 의해 맡겨진
소임이다.

그런데 공직자는 마치 자기 권위인양 생각하는 비합리적 의식이 없지 않다.

그러므로 새 천년을 맞는 시점에서 공직자 개개인의 의식개혁이 솔선되지
않고서는 공직자 기강확립은 물론 "기본이 바로 선 나라 21세기 한국"은
헛된 꿈에 불과할 것이다.

공직자 기강은 공직자 스스로가 "국민의 공복"임을 자각할 때 바로 설 수
있다.

그러한 의식을 갖고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법에 의한 원리 원칙 적용과
공사구분을 명확히 해야 기강이 튼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무원에 대한 대우와 보수가 현실화돼야 한다.

최일선 공무원 즉 동사무소나 파출소 등 하급직 공무원 보수는 공공근로자
노임수준을 겨우 웃도는 현실이다.

이같은 점을 생각할 때 그들에게 부정부패를 멀리하라는 지시는 "쇠 귀에
경 읽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세계에서 공무원이 가장 청렴하기로 널리 알려진 싱가포르의 경우 공무원이
되면 주택에서부터 세금혜택까지 최상의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이들이 부정과 연계하여 공직에서 추방될 경우 그 모든 혜택을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퇴직금,연금의 불이익과 재취업까지 제한돼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제도적으로 공직자가 부정을 저지를 수 없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리에 연루돼 자리를 떠난 공무원은 불과 몇달 뒤 산하
단체나 유관기업에 취직하여 자신이 몸담고 있던 부서를 대상으로 로비스트
로 활동한다.

비리의 꼬리를 끊는게 어렵게 돼 있다.

공직자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또 원리원칙을 무시하고 연줄을 찾아
무슨 일이든 빨리, 쉽게 하려는 국민 의식의 개혁도 따라야 한다.

아울러 비리에 연루된 공직자의 재취업금지를 비롯 연금과 퇴직금의 몰수,
피선거권 박탈 등 비리공직자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엄한 처벌이 제도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도 이제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가 각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해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만큼은 "공직자 비리근절"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

공직자는 새 천년을 맞는 경건한 자세로 스스로의 의식개혁에 솔선해야
한다.

정부 또한 10년앞을 내다보고 실효성있는 부정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 급여인상, 처벌제도 강화, 보수교육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펴야 한다.

21세기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정부와 공무원 그리고 국민
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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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