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한 로비자금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임창열
경기지사 부부가 함께 구속됐지만 사건의 파문은 계속 번지고 있다.

과연 로비 대상이 임 지사 부부 뿐이었으며 퇴출대상에서 빠지려고 로비한
곳이 경기은행 뿐이었겠는가.

숱한 부정부패사건을 겪어본 경험에 따르면 "아니다"라는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당면과제는 부패연루자들을 남김없이 색출해 일벌백계로 단죄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또다른 로비대상자들의 이름이 적힌 "<><><> 리스트"가 나도는가
하면 검찰의 성역없는 사정방침에 정치권을 비롯한 공직사회가 얼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역대 정권의 사정바람이 공정성 시비만
불러 일으킨채 일과성 행사로 끝난 것을 수없이 지켜본 국민들의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처럼 뿌리깊은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번 만큼은 제도개혁
을 포함한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 정부도 겉으로는 역대정권 못지않게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다.

고위직 공무원의 경조사 금지,공무원 10계명 제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언제 윤리강령이 없어 부정을 저질렀고 궐기대회를 안해서 부패가
심해졌던가.

이제 이같은 전시성 행사는 유치하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다.

이에비해 야당시절에 추진했던 부패방지법 제정이나 사정당국의 편파시비를
없애기 위한 특검제 도입은 왜 그렇게 지지부진하며, 공직자의 정보독점을
막고 투명한 행정을 보장한다는 정보공개법은 왜 유명무실한가.

우리는 임 지사 뇌물사건이 지난해 은행퇴출과 관련돼 일어났다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

실제로 지난해 종금사와 은행퇴출때 공정성 시비가 적지 않았다.

만일 금융구조조정 작업이 정치권 줄대기와 로비로 물든 것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가 최대업적으로 내세우는 경제위기 극복은 겉치레에 불과할뿐 언제
다시 경제위기가 재발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OECD의 해외뇌물금지협약이 올해 2월15일 발효된데서 보듯이 이제
부정부패 방지는 국제경쟁력을 결정짓는 큰 요인이 됐다.

그러나 IMF체제아래 세계기준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조사대상국 85개국중 96년 27위.

97년 34위, 98년 43위로 해마다 더 떨어지고 있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직장을 잃고 가정파탄을 겪는 쓰라림 속에서도 어떻게든 경제위기를 극복
하고자 몸부림쳐온 국민들은 여전한 부정부패 풍토에 절망하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는 길은 입에 발린 다짐이 아니라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