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홍 <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Johnkoo@lge.co.kr >

중국이란 나라가 있다.

땅이나 인구, 문화 등 모든 것이 대국인 어마어마한 나라다.

얼마전 그 대국의 고위관리가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를 방문했다.

회사에는 "강토소국 기술대국"이라는 휘호가 있었는데, 그 관리는 휘호를
보고 한국이 기술대국이 된 것은 그런 정신이 밑거름이 된 모양이라며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회사를 방문한 입장에서 겸양의 미덕으로 한 이야기겠지만,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대국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참으로 마음 든든한 일이었다.

그만큼 지금 중국의 관심은 기술에 쏠려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몇년사이 많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워낙 대국인만큼 시장성도 크리라는 판단에서다.

그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기업도 있고, 시장기반을 만들어가는 기업도
있다.

중국은 분명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12억이라는 고객, 이 고객이 폭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수많은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는 중국시장을 건너뛰고 글로벌기업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중국을 우리의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쟁력, 특히
기술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를 기술대국이라 불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기술소국인 것은
아니다.

지금 중국은 "과학기술로 중국을 일으킨다"며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고,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진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중에 하나가 여기에 있다.

중국시장으로 가려면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기술이 조금 앞서 있다고 해서 자만할 일이 아니다.

진정한 기술대국이 되는 것, 중국시장에 가기 위해서나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해서나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영원한 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