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던 시티폰(발신전용 휴대전화)사업이 서비스 시작 2년만에 수천
억원을 날린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이라는 소식은 시티폰이
정보통신정책의 대표적 실패케이스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국내 정보통신정책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게 한다.

한국통신은 더이상 시티폰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입자
들의 의무사용기간이 끝나는 오는 6월 이후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론은 지난해말 전국의 시티폰 사업자들이 사업개시
1년여만에 두손을 들고 사업권을 반납함으로써 서비스가 한통으로 일원화됐을
때 이미 내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리 그 때 사업을 중단했더라면
투자손실을 다소나마 줄일 수도 있었을 텐데, 정책실패에 대한 비판과 대리점
반발 등을 우려해 사업포기를 미뤄온 것이 누적적자(2천억원)를 키워온
셈이다.

시티폰 가입자가 지난해 초 50만명에서 지금은 32만명으로 준 데다 의무
가입기간이 끝나면 해지사태가 일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끌고 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가입자가 기본료만 내고 이용은 않는가 하면 기본료도 안내는 가입자가
30%에 이르고 있는 마당에 시설의 관리 보수에만 연 1천억원을 들인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시티폰은 태생적으로 실패가 예고된 사업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큰 부담
없이 이동통신을 이용토록 한다는 취지는 그럴듯 했지만 불과 몇달후 PCS
(개인휴대통신)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점을 보다 심각하게 고려했어야 했다.
허가당시부터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됐건만 정부당국이나 사업자나 무모하게
일을 벌이는 데만 신경을 썼지, 기지국 증설 등 사전 준비와 서비스에 소홀함
으로써 가입자들의 집단소송사태를 불러오기까지 했다. 잘못된 것을 안 이상
하루빨리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가입자들이 받게될 불이익을
고려, 뒤처리라도 깔끔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사업자들은 이번 시티폰사업 실패를 이동통신분야의 경쟁체제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시행착오로 돌릴게 아니라 뼈아픈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시티폰의 실패는 정부의 분별없는 정책과 업계의 무모한 과당
경쟁이 빚은 결과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최근 휴대폰 5사의
이전투구식 싸움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정보화는 경제 사회 전반에 누적된 고비용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경제구조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다. IMF체제 하에서도 정보화투자
가 더욱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보화는 외형
상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용면에서는 거품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내실있는 정보화에 눈을 돌려 투자의 효율성에 초점을 둔 생산
성위주의 정보통신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