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시장이 급속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일 아파트 전매제한이 철폐된 이후 거래가 크게 늘고 가격이 뜀박질
하고 있다.

특히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아파트엔 일부 부동산업자(떳다방)들까지 뛰어
들어 가수요가 확산되면서 투기조짐마저 일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동시분양 1순위에서 3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마감된 서울
서초동 롯데아파트 75평형의 경우 매매차익이 무려 1억원 이상이 넘었다.

청약접수 직후 5천만원 가량의 웃돈이 불기 시작한 이 아파트는 19~20일
계약 이후엔 프리미엄이 2배이상 뛰었으나 매물이 부복한 실정이다.

지난달 청약경쟁을 벌였던 서울과 수도권의 조합아파트들도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말 분양된 영등포 하이트부지 대우조합아파트엔 전평형이 최고
1천5백만원의 웃돈이 붙어 전매가 이뤄지고 있다.

35평형B타입의 경우 아파트값이 1천5백만원가량 올랐고 33평형과 25평형에도
5백만~1천5백만원정도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산본과 용인지역의 조합아파트들도 분양가보다 1천만원이상 높은 값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산본 대림아파트 34평형의 경우 매매가는 1억4천5백만원으로 분양가보다
1천1백만원정도 높고 용인 현대아파트값도 분양한지 두달도 안돼 7백만~1천만
원가량 상승했다.

입주를 앞둔 서울과 수도권대단지 아파트들도 분양권값이 오름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환경프리미엄"이 기대되는 성동구 마포구일대 한강변 아파트들은 분양가
보다 3천만~5천만원 높은 시세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일급주거지역으로 평가받는 용인일대 아파트도 40평형대의 경우 3천만원이상
웃돈이 붙어 있는 상태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체 물량의 20%가량이 손바뀜되고 있다는게 현지부동산
업소들의 귀띔이다.

이처럼 신규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권값이 초강세를 보이자 해약러시를
이뤘던 청약통장에도 프리미엄이 다시 생겼다.

청약통장에 웃돈이 붙기는 IMF관리체제이후 처음이다.

다음달 1일부터 대규모 분양이 시작되는 구리토평지구 주변 부동산업소에선
청약예금통장이 5백만~7백만원가량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가입금액이 4백만원인 1순위자 통장의 경우 1천만원정도에 매매되고 있다.

구리토평지구 아파트의 경우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입주시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통장거래가 성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말 토평지구에서 분양된 SK아파트는 분양가보다
1천5백만~2천만원이 오른 상태다.

분양권시장이 과열양상을 빚을 정도로 활기를 띠는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계약즉시 아파트를 되팔수 있고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

청약통장 없이 원하는 지역의 아파트를 골라 살 수 있다는 점이 구입을
촉진시킨다.

또 "알짜배기"를 분양받으면 금융상품과는 비교가 안되는 투자수익을
남길수 있다는 매력이 청약열기를 더해준다.

신규아파트와 분양권시장이 서로 상승효과를 보이고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분양권은 신규및 기존아파트로 양분되던 주택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기존 주택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전세 강세 매매 약세현상"
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 시기를 늦추는 대신 투자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구리토평 용인수지 등 수도권 인기지역이나 입주를 앞두고 있는
김포사우, 서울 양천구 신투리지구, 마포구 성동구일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권시장은 계속 활기를 띠며 주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분양권이 부동산의 가장 큰 단점인 유동성부족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했다며 새로운 부동산 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투자메리트가 줄어든 금융상품이나 리스크가 높은 주식을
대신하는 중장기 투자상품으로 떠오를 것이란 얘기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사장은 "IMF관리체제이후 아파트값이 입지여건에 따라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분양권을 매입할땐 교통 학군 편익시설 등
3박자를 제대로 갖춘 곳을 선택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 유대형 기자 yoo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