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커피라도 어떤 사람은 블랙커피를 좋아하고 또 다른 사람은 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타서 마신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소주 한가지를 마시더라도 반드시 브랜드를 따지는 것이 우리 주당들의
습성이다.

이처럼 입맛이 천차만별이지만 다양한 기호에도 공통분모가 있다.

최근 국내 주류소비패턴을 찬찬히 살펴보면 애주가들이 갈수록 순하고
부드러운 술을 찾는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각종 모임에서 위스키나 소주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부드
러운 와인이나 매실주와 청주를 찾는 마니아들이 점차 늘고 있다.

와인은 IMF한파에도 가정용 술로 여전히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식사를 할때 와인을 곁들이면 입맛을 돋울 수 있고 취침전 와인 한잔은
부부생활과 숙면에 좋다.

또한 하루 1~2잔씩 적당히 마시면 술이라기보다는 영양음료에 가깝다는
점도 주부들이 와인을 선호하는 이유다.

와인은 수분, 비타민, 무기질면에서 어떤 종류의 술보다 영양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 적포도주가 성인병이나 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1~2년사이에 와인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두산주류BG가 생산하고 있는 마주앙레드의 경우 성인병예방을 강조한
건강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수입와인의 홍수속에서도 베스트
셀러로 자리잡았다.

와인인구가 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와인이 위스키등 다른 서양술에 비해
비교적 우리 음식과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의 와인을 한 곳에 모아놓고 팔고 있는 가자주류백화점이 최근 정리한
"와인과 한국 전통음식의 궁합관계"에 따르면 불고기, 생갈비, 생선구이등
육류와 해산물은 물론 심지어 빈대떡과 김밥, 김치찌개에도 어울리는 와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산 백포도주의 일종인 로즈마운트 트레미너 리즐링은 떫은 맛이 나지
않고 달콤한 과일향이 강해 잡채, 모듬전, 빈대떡등 담백한 맛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프랑스산 알베르 비쇼 퓔리니 몽라쉐는 김밥, 유부초밥, 도미, 광어회등
일식과 찰떡 궁합이다.

붉은 적포도주의 대명사인 브샤르 샹볼 뮤지니와 알베르 비쇼 보졸레
빌리지는 돼지불고기, 쇠고기 안심, 제비추리, 삼겹살, 갈비찜등 기름기가
많은 육류요리에 제격이다.

이밖에 생선매운탕에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로제와인, 김치찌개에는
드라이 리즐링 화이트와인 종류가 좋다.

가정용술로 와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전통주인 매실주가 바로 그것이다.

매실주는 술과 풍류를 즐기던 우리 조상들이 가장 즐겨 빚어 마시던
보편적인 민속주다.

한동안 잊혀졌던 매실주가 90년대들어 인기몰이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순하고 부드러운 맛과 함께 건강주로 인식되고 있는 까닭이다.

전통적으로 매실은 약용및 식용으로 널리 애용돼왔다.

매실에 다량 함유돼있는 폴리페놀 성분인 카테킨산은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해소한다.

또 항산화작용에 따른 심장질환억제등에 매우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매실주의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보해양조가 지난 90년 선보인 5년 숙성의
"매취순"과 "설중매"(두산주류BG), "매실와인진"(진로)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매취순은 술의 3요소인 색, 맛, 향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와인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명주로 평가받고 있다.

매취순은 국내 유일의 5년 숙성제품이라는 뛰어난 품질력을 바탕으로
가정은 물론 고급외식업체에서 위스키,와인등 고급 수입술을 빠르게 대체
하고 있다.

두산주류BG의 설중매는 매실열매를 병에 넣은 특이한 패키지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제조과정에서 천연 매실의 신선함을 그대로 보존하는 저온침출공법과
냉각여과공법을 사용, 살아있는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진로의 매실와인진은 기존 매실주보다 알코올도수를 3.5도 낮춰 보다 순한
맛을 찾는 애주가들의 기호에 부응하고 있다.

또 매화나무 수종중 매실의 육질과 맛이 뛰어난 남고종의 청매만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동양의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주는 맛이 깔끔하며 목으로 넘어갈 때의 감촉은 비단처럼 부드럽다.

이같은 특성때문에 쌀로 만든 라이스 와인이라고 불린다.

수많은 청주 브랜드중에서도 1백% 찹쌀을 사용한 "화랑"은 맛과 향이
뛰어나다.

특히 섭씨 15도이하의 저온에서 90일간 발효시킨후 다시 60일이상 숙성시키
는등 발효및 숙성기간이 보통 청주보다 2배이상 길어 찹쌀 특유의 찰진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또 오미자, 구기자, 산수유등 몸에 좋은 한약재까지 들어있어 자양,강
장효과까지 느낄 수 있는 명주다.

순하고 부드러운 소비패턴은 소주시장에도 불고 있다.

진로가 순한진로에 이어 지난해 10월 출시한 "참진이슬로"가 단기간에
인기브랜드로 부상한 것도 이런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

이 제품은 알코올도수를 기존 25도에서 23도로 대폭 낮추고 대나무숯
여과공법으로 주정의 잡미와 제조용수의 불순물을 제거해 마실때 목넘김이
한결 부드럽다.

이 때문에 소주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20~30대 젊은층과 주부등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