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조가 지난 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기아사태의 조속하고도 원만한 처리를 원하는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9일 한 조합원의 분신사건을 계기로 조업에 차질을 빚어온
기아자동차는 노조의 총파업 돌입으로 중대한 국면을 맞게됐다.

정부는 이달중 기아의 공개경쟁입찰 지침을 확정할 방침인데다 현재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입찰에 관심을 갖고 있는 터여서 이번 파업은 기아
사태의 원만한 처리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아노조는 요구조건으로 4월 파업기간중의 임금지급, 반납한 상여금의
지급, 법정관리인의 퇴진 등을 내세우면서 "분신 조합원의 뜻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지만 우리의 생각으로는 과격한 한 분신조합원의
뜻에 따르기 보다는 무엇이 진정 근로자들을 위하는 일인지 이성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 책임있는 노조가 취해야 할 태도라고 본다.

파업기간 중의 임금문제만 하더라도 "무노동 무임금"원칙은 개정 노동법에
명시된 사항으로 새삼스럽게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또 IMF사태 이후 상여금 반납이나 임금의 삭감은 기아와 같은 부실기업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볼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법정관리인의 퇴진 문제 역시 지난 4월 노조가 파업까지 해가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으나 여론에 굴복, 파업을 철회함으로써 일단락됐던
사안이다.

보기에 따라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거의 쟁점조차도 될 수 없는
이러한 조건들을 내세워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은 전혀
호소력이 없을 뿐더러 노조가 내세우고 있는 고용안정에 대한 자해행위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노동계의 분위기가 오늘로 예정된 제2기 노사정위원회의
출범을 계기로 위기수습에 협조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참여를 선언했는가 하면 민주노총까지도 오는 10일로
예정된 파업을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고려해 유보하고 협상에 나설
뜻을 비치고 있을 정도다.

이런 판에 기아노조가 민주노총의 파업유보방침이나 대통령의 방미와는
상관없이 파업을 계속하겠다니 도저히 제정신으로 내린 결정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 공개경쟁입찰에 부쳐질 경우 인수기업이 나올지, 나온다
하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아가 부실화된 것은 일부의 주장대로 외부공작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기아 내부에 책임이 있음이 분명해진 이상 기아노조는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뼈를 깎는 자성의 태도를 보여줘야 옳다.

임단협상이 두세차례 결렬됐다고 해서 막바로 국민 대다수가 혐오하는
극한 투쟁에 나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발등을 찍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즉각 파업을 중지하고 작업에 복귀하길 촉구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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