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김경식 특파원 ]

일본경제가 버블을 털어내고 되살아나고 있는가.

경제기획청과 일본은행은 경제의 현상태를 "완만한 회복세"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대해 산업계쪽에서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경제가 호조라고 할만큼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일본경기를
둘러싼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경제기획청은 최근 "회복템포가 느려지고 있지만 민간수요를 중심으로한
경기회복의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번의 "일시적으로 회복템포가 늦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견조한
민간수요를 중심으로 경기는 회복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에서 사실상
후퇴했다.

경기가 나빠질수 있다고 수정한 것이다.

3%에서 5%로 조정된 지난 4월1일 소비세율 인상의 영향이 예상외로
장기화하면서 개인소비등 민간수요가 더욱 위축될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경제기획청의 이같은 수정은 소비세율인상을 앞두고 일어난 사재기로
인한 수요 감소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수 있다.

지난 4~6월중 개인소비및 설비투자가 전기인 1~3월에 비해 크게 감소,
견조한 민간수요를 중심으로한 경기회복이 계속되지 않고있는 측면도
감안됐다고 할수 있다.

경제기획청은 4~6월중 국내총생산(GDP)의 실질성장률이 1~3월기에 비해
2.9%나 감소한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연간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무려 11.2%가 떨어진 것으로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직후인 지난 74년 1~3월기의 3.4%감소(연율환산
13.1%)이래 22년만의 대폭적인 하락이다.

기획청은 이처럼 경기동향을 신중한 표현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경기가
회복기조에 있다는 근본적인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엔저로 인한 수출증대, 소득 고용환경의 점진적인 개선등이 경기를
떠받치고 있어 올후반기에는 경기회복의 템포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행도 경기를 평가하는 근본시각에서는 경제기획청과 큰 차이가
없다.

일은은 "완만한 회복기조는 무너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경기를
평가하고 있다.

일은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소비세 인상과 소득세 특별감세의 폐지등
세제면에서의 영향은 감소하고 고용 소득환경이 점차 개선될것이기
때문에 회복기조가 유지될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와 일은의 이같은 낙관론과는 달리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와 민간연구소등에서는 경기회복전망을 어둡게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당초 "89년 4월의 소비세 도입때와 비교해 사재기 수요는 크지
않을것"이라며 소비세 인상과 관련,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세율인상전의 사재기수요는 자동차나 주택등 고액상품뿐 아니라
일용품 잡화등으로까지 급속확산되면서 2조원규모에 이르렀다.

이때의 사재기로 인한 수요감소가 4~6월기의 GDP 성장률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을뿐 아니라 7~9월기에 들어서도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설명이다.

통산성 발표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은 7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수준이하로 하락했으며 경기에 큰영향을 미치는 자동차판매대수도
8월까지 계속해서 전년동기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경기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설비투자의 부진도 비관론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요인의 하나이다.

지난 4~6월중 민간설비투자는 전기에 비해 1.1%가 감소, 94년 10~12월기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관론자들은 국내소비부진에 따른 재고증가현상이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경기를 둘러싸고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재고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소재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의 경우 각각 지난 4,8월
이후부터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쪽도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공공투자축소정책과 맞물려 4~6월기 GDP 증가에 크게 기여했던
공공투자도 부진해질 전망이다.

93년10월을 "바닥"으로 하여 전후 세번째의 장기확대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일본경기가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 나갈수 있을지의 여부가
아주 불투명한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