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이후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은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그중에는 교수나 공무원 신분의 사람들도 많다.

이상한 것은 그런 분들은 의당 바쁠터인데 한가롭게 몇달씩 한국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그쪽 직장의 업무에 차질이 없느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을 대신해서 일해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국가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줘야하기 때문에 어느
조직이건 과잉고용 상태이다.

이런 구조속에선 조직인들이 무사안일로 흐르기 십상이다.

시간만 때우면 봉급이 나오게 되고 업무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도 별것이
없어 그럭저럭하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중국경제가 크게 발전한 것은 낮은 인건비와
염가위주의 상품구조때문이었다고 볼수 있다.

이제 상품구조의 고도화가 진행되고 동남아국가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문제가 커지고 있다.

드디어 중국당국은 대대적 구조개혁에 나설 모양이다.

오는 12일 개최되는 제15차 전국당대표대회에서 사유제 공유제 등 다양한
형태의 혼합경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국유기업의 99%를 사유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현재 국유기업은 중국 취업자의 70%를 껴안고 있지만 절반의 기업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것이 중국 경제의 걸림돌이다.

혼합경제란 사유재산제와 자유경쟁에 입각한 민간기업부문과 함께 정부가
직접.간접으로 개입하는 공공기업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제를
말한다.

사적자유경제와 공적계획경제의 병존이라는 의미에서 이중경제라고도
한다.

케인스 등의 신경제학이 이론적 기초이며 30년대 공황때의 미국의
뉴딜정책, 2차대전중 유럽의 전시경제 등이 초기의 혼합경제라고 할수
있다.

한국 등 고도성장을 이룬 국가에서 정부가 시장을 창출하고 인프라건설
등에 개입하여 성공한 것도 혼합경제의 덕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수정형태이며 경제가 고도화되면 공적부문의 비중은
줄어든다.

중국의 혼합경제는 사회주의의 수정형태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일종의 역순이다.

그런만큼 성공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