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돼서 죽을지경인데 무슨 직업교육입니까. 경기나 좋다면
혹시 모를까 지금같아선 사치스러운 얘기일 뿐이에요"

한국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중견업체 D화학 인력담당자의 푸념이다.

회사 살림이 엉망인데 정부가 왜 종업원에게 교육을 시키라고 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생산라인에 한명이라도 더 투입하고 불황타개를 위해 모두 머리를
짜야 할 시점에 한가하게 교육을 시킬수 없다는 얘기다.

근로자에 대한 "교육무용론"은 비단 이 업체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중에서도 근로자 교육을 "쓸데없는 낭비"로 여기는 게
비일비재하다.

"경영의 기본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표시도
안나는 교육에 왜 돈을 써야하느냐" (H실업 김민수 인력개발부장).

이같은 인식은 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96년 7월 현재 능력개발교육을 시키고 있는 업체는 적용대상
(종업원 70명이상~1천명미만)의 13.6%에 지나지 않는다.

근로자의 교육참여율은 3.7%다.

이들 업체가 직업훈련교육을 시키면 고용보험에서 최고 90%까지 교육비를
지원받게 되나 해당기업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종업원 1천명이상의 대형사업장을 대상으로한 직업훈련교육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기업은 1천명 미만 사업장과는 달리 고용보험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보험료를 내지않는 대신 지원도 없다.

그러나 교육을 시키지 않을 땐 정부에 별도로 돈 (교육분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직업훈련이 의무화된 대형 사업장의 교육참여율은 7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나머지 30%는 아예 돈으로 때우고 있는 셈이다.

근로자들의 교육에 대한 마인드도 크게 다를게 없다.

나가라고 해서 나가긴 하지만 "잠자는 시간"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다.

직업능력교육이 시간때우기로 인식되고 있는 예비군 교육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더 큰 문제는 현실과 연계되지 못한 교육내용이다.

내로라하는 자동차업체의 영업사원인 김현수 대리는 "마케팅교육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교육을 마친 뒤 이 방식을 사용하려고 하다가 교과서에 의존하지말고
발로 뛰라는 상사의 질책만 받았다"며 "윗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한
교육은 받아봐야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기업과 근로자들의 마인드가 이처럼 "교육무용론"으로 기우는 것은
물론 열악한 교육여건이 주된 이유다.

"교육을 안시키다 보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줄 모르고 또 교육한
성과를 평가할 시스템도 없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L그룹인사담당자).

교육내용이 형식적이 되거나 아예 교육을 회피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선 여건을 말하기 전에 교육자체에 대한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기업의 경쟁력도 더불어 강화된다는 것이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