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새벽 3시45분.

부산시 북구 만덕동 부산중소기업청 청사.

찬바람 부는 캄캄한 새벽에 등산복 차림의 회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정각 4시 목표지를 향해 출발한다.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보이는 풍경이다.

새벽등산으로 부산 근교산을 다니는 것이 벌써 33번째.

필자가 부산중기청장으로 발령받은 후 1년째 해오는 조기등산회다.

부산중기청의 김창생 이종훈 정환두 김재학씨, 한국은행 이기현씨,
기술신보 차주환씨 등 10여명의 산사나이들의 모임이다.

새벽 4시에 출발하면 웬만한 곳은 5시10분전까지는 산기슭에 도착한다.

바로 산행을 시작하면 6시반께 정상에 오른다.

봄 여름에는 날이 밝아 때로는 장엄한 일출도 본다.

겨울에는 아직 캄캄한 밤중이라 윤동주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에서와 같이 아름다운 밤 하늘의 별을 본다.

때론 새벽달과 눈에 비친 소나무그림자도 본다.

하산하여 사무실근처 목욕탕에 오면 8시반.

사무실 출근은 8시50분이면 된다.

새벽시간이라 가고 오며 차밀리지 않아 좋고, 산에 앉아 술한잔 할 필요도
없고, 내려와서 과식하지 않아 좋고, 그야말로 거품을 뺀 산행 그 자체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갔다온 산이 인근의 금정산 백양산, 해운대 장산, 영도의
봉래산, 대신동의 구덕산 승학산 엄광산, 부산의 중심 황령산, 그리고 좌천
달음산, 김해 신어산 무척산, 창녕 화왕산, 마산 무학산, 시원한 내원사의
천성산, 나아가 양산 통도사가 깃든 신불산 가지산까지 두루 섭렵하였다.

때로는 원행도 한다.

지난해 5월의 노고단에서 천왕봉, 그리고 칠선계곡까지의 지리산 종주가
그러했고, 10월의 경남 고성 앞바다 사량도 옥녀봉, 11월의 전남 영암의
월출산, 합천 해인사가 자리잡고 있는 가야산, 그 앞산 매화산도 다녀왔다.

말없는 청산이라 했듯이 산은 말이 없다.

산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속에서 갖는 느낌도 달라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