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을 살려라"

외국산 가전제품에 밀리고 있는 국내 시장을 지키려는 국내 가전3사들이
하나같이 고민하고 있는 지상과제다.

유통시장에서 대리점이 밀리면 회사도 제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대리점을 자사 제품의 "판매점" 정도로 생각해 왔다면 이젠
최일선에서 고객과 접하는 회사의 "얼굴"이자 흥망을 같이할 "동업자"로까지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본사 영업본부의 전 조직력을 투입해 "대리점살리기"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산시스템 등 영업을 위한 각종 인프라를 지원해 주고 경영지도를 해주는
것은 물론 디스플레이 조정이나 매장규모 확장에 이르기까지 일선 대리점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부산에서는 삼성전자 손명섭 국내영업본부장을 비롯한 대부분
의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이 지역 대리점 사장들을 대상으로 "영업정책
설명회"를 가졌다.

영업정책 설명회에 국내영업본부 임원 대부분이 참석하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행사에 참가한 영업부서 직원만도 1백여명에 이른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이미 2년전부터 매장규모 1백99평 미만의 대형
대리점 개설을 유도해 오고 있다.

외국 대형 양판점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가전의 "원스톱쇼핑"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LG전자도 최근 전국 주요도시에서 대리점 경영자 간담회를 열고 있으며 약
30% 정도의 우량 대리점을 대상으로 TOP"s(대리점을 위한 토털 경영관리
프로그램)를 적용, 월별 연간 경영계획을 함께 작성 관리해 주고 있다.

또 대리점 전산프로그램인 "신자이언트 시스템"을 전 대리점으로 확산시켜
영업인프라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시스템이 확립되면 각 대리점의 재고상황이 정확히 파악돼 재고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고객에 대한 제품 인도시기도 더욱 단축된다.

LG는 매장을 찾는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리점에서 필름
등 각종 일용품을 이윤없이 판매하도록 했으며 "하이플라자" 등 대형매장도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대우전자는 올해 타사에 비해 가장 의욕적인 대리점 확장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올해 전국 1천4백여 대리점의 수를 1백개 이상 확대하고 점포 평균면적도
30평에서 40평으로 늘려 잡은 것.

국내 유통시장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달 7일부터 신형냉장고 전국 순회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관심모으기와 기반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