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오늘 4시쯤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뚜뚜뚜뚜."

업무상 전화를 사용할 일이 많아 시티폰을 지급받았을때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티폰은 기대만큼의 실망감을 안겨준게
사실이다.

혹자는 휴대폰을 "반용지물"이라고 한다.

통화가 안되는 지역이 아직도 남아있고 음질도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의미에서 시티폰을 소개할때 "반반용지물"이라고 하고 싶다.

서비스지역이 극히 제한돼 있을 뿐아니라 통화중 한발짝만 잘못 옮겨도
끊어지기 일쑤여서다.

심지어는 같은 자리에서 방향만 바꿔도 통화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또 시범서비스기간이라 옥내기지국등이 아직 설치되지 않아 실내에서
통화를 할수 없다는 점도 크게 불편하다.

옥내에서는 거의 대부분 다른 전화를 찾아 나서야 한다.

폼나게 시티폰을 빼어들었다가 "서비스가 불가능하오니 해당전화국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듣고 일어서야 할때의 그 낭패감이란.

그렇다고 시티폰이 불만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시티폰은 사람이 줄을 길게 선 공중전화부스 옆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시티폰 시범서비스기간인지 뭔지 알턱이 없는 통화 대기자들옆에서
시티폰으로 통화할때면 사람들은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강북일부지역에 한한 경우지만 달리는 택시안에서도 통화가 가능해
놀랄때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강남이나 여의도지역에는 옥외기지국이 드물어 통화가 불가능한
지역이 많다.

시티폰을 쥐고도 공중전화를 찾아 나서야 할때는 기지국을 빨리 설치할
것과 단말기의 성능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느꼈다.

디자인이 심플하고 깜찍하면서 조작법이 간단하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가볍고 날씬하고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누구나 5분이내에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이 쉽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시범기간중 사용해본 시티폰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옥외기지국"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는 점과 옥내기지국 운영에 대한
관련법규를 정비, 누구나 기지국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할 필요를 느꼈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