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경제가 성장속도 둔화와 2백억달러를 넘는
사상최대의 경상수지적자에 직면하면서 향후 한국경제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 자매지 The Korea Economic Weekly는 LG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29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주한외국인을 대상으로 "전환기
의 한국경제와 97년의 한국경제전망"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개최, 외국인들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한국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들의 발표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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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시경제 전망 ]

<> 김주형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1실장) = 국내경기는 금년 중반께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경기저점에 평균 2분기 정도를 선행하는 재고순환선은 이미 지난해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경기바닥이 그리 멀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2백3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상수지는
올해에는 1백60억달러 내외로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단가의 하락세가 진정되고, 수입도 설비투자 위축으로 증가세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외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외채부담이 한국경제의 대외 지불능력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과다한 수준은 아니다.

경기가 금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회복 속도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70년대와 80년대에 8% 정도였던 잠재 GNP의 성장추세가 90년대에는 6~7%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94년과 95년에 9%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반도체 특수와 석유화학및
철강등의 국제가격상승 등이 겹쳐 일어난 이례적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성장에너지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우선 생산측면에서 노동의 투입증가가
한계에 다다른데다 자본축적과 기술진보 속도도 점차 느려지고 있기 때문
이다.

전후 베이비붐 이후 출산율 저하와 함께 인구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경제
활동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소득증가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경향도 총노동공급의 증가율을 더욱 둔화
시킬 전망이다.

비록 과거에 비해 성장에너지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2005년까지 5~8%의
성장세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7년에는 경제에 영향을 주게될 정치사회적 요인들이 많다.

오는 12월18일로 예정되어 있는 대통령선거는 경기침체기에 치러지는 만큼
경제상황이 선거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당국으로서는 선거전까지 어쨌든 경제를 호전시켜야 할 유인이 크다.

하지만 성장 물가 경상수지 모두를 양호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

노사관계는 당분간 계속 불안할 조짐이다.

정부의 노동법 개정으로 야기된 노-사-정의 갈등은 향후 상당기간 동안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들어 경기침체와 명예퇴직의 확산으로 직업안정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크게 심화되고 있다.

북한 잠수함 사건이후 급랭되었던 남북한관계는 대북 식량지원이 고려
되면서 일단 개선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경제협력면에서도 기업인 접촉과 신규사업 추진등이 허용될 것으로 보여
한동안 침체되었던 민간차원의 남북한 경제협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시장 전망 ]

<> 이인형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던 시중금리는 연말을 고비로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재고조정이 가시화되면서 기업의 자금수요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정부의
금리안정에 대한 의지가 재확인된 것이 금리가 하락추세로 전환된 계기로
작용했다.

금년 시중금리 전망은 낙관적인 편이다.

경상수지 적자 축소가 최대의 정책과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고용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재정긴축외에 통화정책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대체로 경상수지 적자 축소의 부담을 재정정책이 떠맡게 된 만큼 통화정책
은 추가적인 경기하강을 방지하기 위해 신축적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들어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축소되면서 통화관리의 추가 완화가
기대된다.

자금수요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둔화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의 채권 순증 발행량은 은행과 증권사의 금융채 발행 허용으로 작년에
비해 늘어날 여지는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물가상승률 둔화와 기업들의 대출수요 둔화로
채권투자비중을 지난해보다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채권수요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채권수급사정이 나빠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회사채수익률은 상반기말 11.4%에 이른후 하반기에는 하락세가 가속되어
1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도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시중금리가 한자리수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는 금년들어서도 연초부터 절하세를 지속, 최근에는 달러당 8백55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원화가치의 급락은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해외자본 유입의 부진으로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20엔의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추가적인 원화절하를 예상한 투기적인 달러화 수요까지
가세해 원화절하를 가속시키고 있다.

원화의 절하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적자가 상반기중에만 1백억달러에 달할 전망인데다 국내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국내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을 비롯한 해외자본의 유입도 부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가는 상반기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다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수익이 상반기중에는 크게 호전되기 힘들 전망이다.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 철강 등에서 수출단가 하락세와 재고누적이 지속
되고 있어 기업실적이 당분간 호전되기 힘들다.

그러나 하반기중에는 기업실적이 호전되면서 주가는 상승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 유동성도 하반기부터는 보다 풍부해지면서 주가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산업 전망 ]

<> 정진하 (LG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 = 97년 국내산업은 부진했던 수출
경기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나 현재의 경기하강국면이 상반기
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의 부진한 양상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내수의 경우 경기부진에 따를 임금상승 억제와 과소비자제 분위기 확산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뚜렷한 회복세
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전 자동차등 내구소비재의 내수부진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통산업의
매출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도 수요산업의 부진 또는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로 인해 수요신장세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출은 환율 등 수출여건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여 극심한 부진을
나타냈던 96년보다는 상황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반도체D램 수요확대와 가격안정으로
10% 정도의 수출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CDMA 관련장비 및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의 수출호조가 예상되는
통신기기도 20%를 상회하는 높은 수출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편 석유화학은 국내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물량기준 14% 정도의
수출증가가 예상되지만 수출가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채산성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수입의 경우 OECD 가입으로 개방화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전기기 통신기기 컴퓨터 의약 등이 10~30%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산업별로는 가전산업의 경우 주요 가전제품의 보급률 포화와 지속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년대비 2% 정도의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컴퓨터산업은 컴퓨터환경의 고속 대용량화, 노트북PC 및 펜티엄프로의
보편화 등에 힘입어 20%대의 성장은 무난할 전망이다.

수출은 컴퓨터 본체의 부진이 계속될 것이지만 모니터의 가격경쟁력 회복과
노트북PC, CD롬 드라이브 등 주변기기의 호조로 22%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반도체산업은 메모리수요가 증가하여 D램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국내 반도체 일관생산기업들의 공급능력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년대비 10% 정도 성장해 96년의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산업은 휘발유가격 인상 등의 수요억제 요인이 작용하는데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내수증가율이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