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백양사 선운사 내소사와 변산반도여행을 다녀온 친목계 서광회는
50년전 이리농림시절 새벽밥을 먹고 신태인역에서 통학하던 동기생 끼리
맺은 역사있는 모임이다.

회원은 모두 8명이다.

친구들은 그 옛날 같지않다.

전 전주부시장 김덕기는 학생때 노래를 꽤 잘 불렀건만 이제는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또 대천여상에서 금년 정년을 맞는 송용국은 힘께나 쓰는줄 알았는데
팍 골아버린듯 하여 애처러운 심경이었다.

조태곤과 조석장은 보기에 따라서 고희가 지난 사람같았다.

그래도 고창군 흥덕면장을 오래지낸 이장용군만은 씩씩해서 여간 다행이
아니었다.

회원들은 만나자 마자 소시절 버릇 그대로 야, 자 아닌가?! 모였으니
행선지를 정하는데 중구난방이다.

할수없이 최고 연장자인 조태곤이 말대로 따랐다.

내장산은 단풍철이라 사람이 붐빌테니 고개하나 사이인 백양사부터
가자한다.

백양사 경내에 이르니 어릴때 본 그대로 사찰은 여전히 고색창연하다.

절을 안은듯 뒷산은 백암 학바위가 특이하다.

어는 사찰경내도 그렇지만 단풍나무 소나무 주목으로 숲이 아름다웠다.

일행은 고창 선운사로 향했다.

선운사는 전봉준과 이곳 마애불 비방과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주거니와
추사의 명필이 비문으로 남겨져 있다.

우리는 이곳 해수탕에서 여독을 풀고 이곳 특산물 풍천장어를 즐기며
일박했다.

다음날 부안 내소사에 갔다.

산 단풍과 바다 절경을 바라다보면서 격포 체석강에 이르러 마치
떡시루와 같은 바위 겹겹이를 보노라면 몇억겹을 겪었는지 바다조수에
바위가 저렇게도 변하였겠느가 싶으니 대자연의 신비 앞에 숙연해질
뿐이었다.

비록 고희를 바라보는 신노한 몸이지만 옛 죽마고우와 만나 절경에
도취하니 마음은 더욱 노익장되는 듯하여 마음은 젊어 지노라.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