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상의 대기업집단인 현대그룹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실상 장남인 정몽구 현대정공회장이 지난 28일
현대그룹 회장에 임명된 것이다.

현대그룹에 마침내 2세 경영시대가 개막되기에 이른 것이다.

현대그룹의 총수교체는 예상되던 것이긴 하지만 퍽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그러나 신선한 충격이다.

급변하는 내외 환경속에서 살아났고 5년 앞으로 다가온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 재계의 능동적 적극적인 변신노력의 일단이기 때문이다.

연로한 창업주로부터 젊고 패기있는 2세 또는 3세로의 그룹경영 대권교체는
그동안 이미 활발하게 진행돼 왔으며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현대그룹의 이번 교체는 그 진행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 그 결과
재계의 판도와 경영전략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올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그것은 어느 한 그룹의 일이라기보다 한국경제, 길지 않은 한국의
근대 기업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것이다.

그간의 경제개발과 발전에서 기업,그 가운데서도 특히 오늘날 세계적 거대
기업군으로 성장한 일부 대기업집단이 감당했던 역할과 기여한 공적은 누가
뭐래도 결코 부인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없다.

간혹 고개를 들곤하는 사회의 반기업 사고나 분위기에 관계없이 평가절하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올해는 우리가 여러 면에서 한 세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대와
시대를 준비하는 해이다.

광복 반세기를 맞은 한국은 이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새로운 모습,
세계의 주목을 받는 존재로 부상해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 총수들이
수난을 겪어야 했다.

이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명실겸전하게 단절하고 경영풍토를 쇄신i
하려는 노력이 외부보다 재계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대교체도 그 하나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 변화의 실천이다.

오늘의 키워드는 "변화"두 글자다.

지구촌 전체가 그렇다.

변해야만, 그것도 남보다 앞서 변해야만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고 생존과
발전을 보장받는다.

변화를 통해 21세기의 생존과 성장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몸부림이 성공을
거두려면 앞으로 기업자신은 물론 일반국민-정부-정치권의 삼위일체적 협력
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창업보다는 수성이 더 어렵다.

아니, 수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는 21세기 세계 일류기업을 넘볼 수 없다.

끊임없는 창업의 의지로 더욱 성장하고 강해져야 한다.

그룹총수 뿐아니라 기타 최고-전문 경영인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바람의
주입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기업자신의 부단한 노력과
더불어 국민의 기업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활동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정부와 정치인의 시장경제와 자유기업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굳은
실천의지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을 규제와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고, 경제를 정치의 잣대로 재단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정경유착의 근절은 물론 21세기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기업에 의욕과 용기의 회복이 절실한 순간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