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전제군주였던 루이14세는 그의 후손으로서 스페인국왕에
취임하게된 펠리페5세에게 통치자가 지켜야할 여러가지 행동규범을
지시했다.

그 규범들 가운데는 이런대목이 나온다.

"예물을 받을때는 값이 나가지 않는 물건만 받으라.

부득이 값이 나가는 예물을 받았을때는 그보다 더 값진 예물로 되갚아
주어라"

이 규범에는 비록 군주라 할지라도 자신의 절대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탐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권력은 부패한다. 따라서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영국의 역사가 롤 액턴경의 경고를 떠올리게 하는 루이14세의 선견지명
이었다.

더구나 국권이 군주가 아닌 국민에게 있는 자유민족주의국가의 최고통치자
에겐 이 덕목의 철저한 준수가 요구된다.

그런데도 때로 그에서 일탈된 행위를 저질러 종래에는 불명예의 나락으로
들어선 정치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프랑스 제3공화국때의 J 그레비대통령은 공화정치 정책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위인 다니엘 윌슨이 엘리제궁에서 훈장과 상장을 팔인
재산을 모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1887년 해임을 했다.

그가 직접 개입된것은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선 적지 않은 정치지도자들의 부정축재 사실이 속속
드러나 사법당국과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음으로써 20세기 종반을
"부패정치 지도자시대"로 얼룩지게 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뒤 록히드사건과 관련된 수뢰혐의로 전격 구속되어
재판계류중에 사망한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 20년간의 독재통치를 하면서
무려 500억달러(추정)를 긁어모은 필피핀의 마르코스는 널리 알려진 부패
지도자들이다.

90년대 들어선 중남미 국가들과 이탈리아에 정치지도자들의 비리
소용돌이가 몰아 닥쳤다.

환차익으로 1,700만달러를 챙긴 혐의로 탄핵을 받아 하야한뒤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계류장인 카룰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전베네수엘라 대통령,
부정축재 등의 혐의가 드러나자 미국으로 도피한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멕시고대통령, 이탈리아의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사정선풍으로 수뢰혐의
가 드러나 실형선고를 받은 베티노 크릭시와 아르날도 포를라니 등 두
전총리가 그들이다.

노태우씨도 오랜 검찰수사끝에 수뢰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탐욕에 눈이 어두었던 정치지도자의 수치스러은 종말이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