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이 도장문화권이라면 서양은 서명문화권이라 할수 있다.

도장이란 개인.단체등을 증명할수 있는 신물로 본래는 정치에 있어 신빙을
하게하는 신물로 의미가 있었다.

일찍이 환인이 그 아들 환웅에게 천하를 다스리고 인간세상을 구하기 위해
천부인 3개를 주어 보냈다는 단군고사가 이를 말해준다.

중국 또한 상.주시대부터 신빙의 공구로 쓰였고 진시황이 옥으로 새를
만들어 옥새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 후로 일반국민은 사를 인이라고 일컫게
되었다 한다.

또 당나라 무후(685~704)가 사의 음이 사와 같다고 해서 보로 고쳤으므로
그뒤 황재의 "사"를 "보"로도 일컫게 되었다 한다.

송나라 이후 공과 사를 가려서 관인을 인이나 장이라고 불렀고 도장은
사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도장으로 고려조의 동인이 있다.

반면에 서양서는 개인이나 단체등을 증명할수 있는 신물로 서명이 발달
되었다.

포르투갈에 "보지 않고는 마시지 말고 읽지 않고는 서명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이 말은 그들이 서명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었는가를 알게 한다.

서명은 개인마다 필체나 필압이 다르다는데서 개인이나 단체의 의사를
증명할 수 있는 신물이 될수있었다.

그러나 서명은 모사된 것과 진위를 쉽게 가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동양문화권에서는 서명 날인을 요구하게 되었다.

정부는 오는 10월 정기국회에서 어음법과 수표법을 개정해 어음과 수표를
발행하거나 어음을 배서보증할 경우 도장을 날인하지 않고 서명만으로도
발행이 유효하게 한다고 입법예고 했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당좌어음이나 가계수표등 각종 수표를 발행할때
발행자의 서명만으로 가능해지므로 번거로운 발행절차가 즐어들게 되고
현행 가계수표는 선진국의 개인수표제와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지금까지 가계수표는 거래은행에 등록된 인감도장만을 사용해서 수표를
발행해야 했으므로 도장분실에 따른 위험부담 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우리사회가 선진국같이 신용사회로서의 기초가 다져저 있는지 여부가
걱정된다.

또 동양의 도장문화권은 도장에 권위를 상징시키고 있었다.

따라서 서명이 도장을 가름하는데는 심리적 갈등도 없지않을 것 같고
과도적 현상으로 날인과 서명이 모두 요구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우리 생활주변에서도 세계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