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씨가문의 부인들은 밤샘을 하는 것이 지루하기도 하여 아이들로 구성된
공여단 두패를 초청하여 갖가지 재주를 부리게 하였다.

그렇게 온 집안이 다음날의 발인을 앞두고 왁자지걸한데도 가진의 아내
우씨는 여전히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희봉은 마지막가지 발인 준비를 하고 손님들을 접대하느라고 몸이 열개
있어도 부족한 듯이 바삐 움직였으나, 다른 친척 부인들은 잡담이나 나누고
공연단 아이들이 부리는 재주나 구경하면서 희봉을 도울 생각들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희봉을 번거롭게 할 것이 뻔하였다.

그들은 대부분 말주변이 없어 낯선 손님 앞에서 우물쭈물 하기 일쑤였고
행동거지가 굼떠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벼슬이 높은 고관대작이라도 오게되면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숨을 구멍을 찾기에 급급하였다.

이런 여자들 속에서 희봉은 단연 돋보여 그야말로 군계일학인 셈이었다.

날이 밝아 발인 시간이 되자 검푸른 옷을 입은 에순네명의 상여꾼이
노랫가락 같은 선소리를 치고 받으며 진가경의 영구를 메어 나갔다.

"영원한 태평성대의 나라"

"에헤 허이 도고"

"하늘의 뜻 받들어 천만년 이어지는 홍건의 나라"

"에헤 허이 도고"

"황제께서 칭호를 하사하신 일등공신 녕국공의 고손자 며느리"

"에헤 허이 도고"

"궁중에서 자금도 방위 맡은 어전시위 용금위 아내 의인 진씨의 영구"

"에헤 허이 도고"

"가네 가네 떠나가네. 그리운 낭군님, 부모형제 일가친척 산천초목 다
버려두고 떠나가네. 한번가면 못오는 길 영영 떠나가네"

"에헤 허이 도고"

"가람님이시여, 게체님이시여 공조님이시여, 성은을 널리 베푸시고 위력을
멀리 떨치사 진시 혼백 극락세계 무릉도원 선경에 들게 하옵소서"

"에헤 허이 도고"

영구를 실은 상여는 갖가지 화려한 장식물들로 꾸며져 있고 장례 기물
일체는 이번에 새로 장만한 것들이어서 그 모양과 색깔들이 모두 눈부실
지경이었다.

상여 앞쪽과 뒤로는 크고 작은 비단 명정들이 하늘을 가득 덮을 듯이
펄럭이고 있었다.

진가경의 양녀로 입적된 시녀 보주는 시집 안 간 딸의 상례를 따라 상여
앞에서 슬피 곡을 하며 상두꾼들을 인도해나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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