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AST사 주식 인수가격은 주당 21달러10센트다.

뉴욕증시에서의 싯가는 2월말 현재 주당 15달러80센트선.

그러니까 삼성은 지분 40.25%를 인수하면서 싯가보다 6천8백69만달러를
얹어준 것이다.

엄청난 프리미엄을 준 셈이다.

삼성이 웃돈을 주면서까지 지분을 인수한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세계 PC시장진출

<>컴퓨터부품사업 전략화

<>멀티미디어 기술 확보가 그것이다.

AST인수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AST사 경영권확보로 당장 삼성이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미국PC시장 진출이다.

국내업체는 사실상 미국PC시장 진출을 포기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PC가격은 모니터를 포함해 평균 1천달러선.

우리나라 돈으로치면 80만원이다.

국내업체들은 도저히 이 가격에 맞출 수가 없다.

이에따라 국내업체의 대미컴퓨터 수출은 지난해 2억1천7백만달러로 전년대비
23.7%나 떨어졌다.

현대전자는 아예 지난해 8월 미국 PC판매법인을 폐쇄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 협력자"를 구했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 진출하지 못하고서는 PC사업은 부진을 면할 수가
없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AST사 경영권인수다.

삼성은 이 회사를 사들임으로써 일약 세계 6위의 PC메이커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PC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AST사의 마케팅 능력과 세계
45개국에 뻗어있는 유통망도 흡수했다.

또 AST사와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부품을함께 사용해 개발및 생산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됐다.

세계 PC업체중 4번째로 많은 특허권을 갖고 있는 AST의 특허기술을 사용해
경쟁력 있는 첨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삼성전자가 AST사를 인수키로 한데는 세계 PC시장 진출외에도 중요한요소가
있다.

바로 컴퓨터 부품사업의 전략화다.

삼성은 구미에 첨단정보기기 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8천억원을 투입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할 제품은 HDD(하드디스크드라이버) CD롬드라이버 프린터등
컴퓨터주변기기다.

또 지난달에는 차세대 액정표시장치로 꼽히는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들은 모두 PC에 사용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삼성은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을 AST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전략적 필요에 따라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컴퓨터 주변기기의 대규모
공급처를 확보해 안정적인 사업확장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멀티미디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미국 ATM(비동기전송모드)방식 교환기 제조업체인
IGT사를 9백만달러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중남미 최대의 통신사업체인 칠레 엔텔사의 지분 15.1%를
사들였다.

미국 USA비디오사와 제휴해 현지 VOD(정보주문형 비디오)사업 참여를
추진중이다.

이같은 인수및 제휴는 각각 통신망용 하드웨어제작,통신사업,멀티미디어
서비스분야를 노리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PC쪽에는 멀티미디어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업체가 없었다.

삼성이 AST사인수를 통해 노리는 것은 바로 PC를 기본으로 한 멀티미디어서
비스와 하드웨어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

다시말해 멀티미디어사업을 위한 각 분야의기술확보선 선정이 1차
완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AST사 인수는 PC뿐 아니라 멀티미디어시장을 겨냥한 삼성의 장기사업계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김광호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적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삼성은 앞으로도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M&A(기업인수및 합병)는
계속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자체 개발보다는 아예 기술을 매입해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기초 기술이 부족한 현 상황으로서는 최선의 선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제공하고 있는 반도체의 시황이 나빠질 경우에는
이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삼성이 이같은 딜레머를 어떻게 헤쳐 나가 멀티미디어를 중심으로한 "21세기
초우량기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지 주목된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