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승 <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

21세기라는 미지의 그러나 희망의 새로운 세기를 몇년 앞두고 있는 현재
세계경제는 경제 패권을 둘러싸고 국가간 기업간 치열한 경쟁시대로 진입
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수출시장에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되어 이른바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겪고 있는 것이다.

또한 UR협상타결과 이에따른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하게 되면 국내
시장개방이 본격화되어 수출시장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에서도 외국상품및
서비스산업과의 경쟁이 더욱 첨예화된다.

이에따라 경쟁의 강도와 범위가 모두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경제여건의 변화는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수만 있다면 새로운
기회의 시작으로 활용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오히려 이시기에 경쟁력 강화라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동안 국내외의 인식이다.

즉 신정부 출범이후 정부가 전면에 내세웠던 슬로건은 경제개혁 국제화
정부혁신 규제완화등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있어 왔다.

이러한 시기에 지난 9월초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발표한
"94세계경쟁력 보고서"는 우리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는 평가대상 41개국중 24위,
18개 개도국중 7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것도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의 반열에도
끼지 못했던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비해서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과연 IMD의 평가방법과 그 공정성에 우리는 1백%의 신뢰를 가질수
있는가.

IMD의 보고서는 세계에서 명료하게 국가간 비교를 시도한 유일한 보고서
이며 그 내용도 광범위한 요인들을 감안해 객관성을 유지하려 한 점은 평가
할만 하다.

그러나 완벽하다고 할수는 없으며 세계 어느 기관도 국가간 국제경쟁력
비교를 완벽하게 할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스위스 IMD에 의해 개발된 척도는 <>외국투자 유인능력 <>생산시설 <>자본
노동력 최종상품이 세계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마케팅능력등 매우 광범위한 경쟁력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94 세계경쟁력보고서"는 국내경제력 국제화 정부 금융
인프라 과학기술 인적자원등 8개부문 총3백81개 항목에 대하여 양적으로
수치화할수 있는 항목(2백52개)은 각국의 통계자료를 이용하여 객관화하고
수치화할수 없는 질적인 사회.경제적변수(1백29개 항목)는 각국의 최고
경영층및 학자들의 주관적 의견과 전망을 혼합하여 41개국의 종합 경쟁력을
비교하는 순위표를 만들었다.

IMD보고서가 갖고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첫째는 선진국의 잣대로
개도국을 평가했다는 점이다.

경제발전도에 따라 중점을 두어야할 경쟁력의 요소는 달라져야 하기 때문
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 과거 13년동안 IMD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따로 분류하여
비교하였는데 올해에는 선진국 23개국 개도국 18개국 총41개국을 통합하여
비교하고 있다는데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도 당초 조사대상국에 포함되었는데 이들 국가가
과거 공산국가라는 점에서 자본주의 국가와 일률적인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도로 참조국가로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둘째는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성장잠재력 보다는
최근의 단기적 경제상황에 크게 의존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각국의 경제
규모나 경제구조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통계비교라는 점을 들수
있다.

셋째 문제로는 평가 대상국 기업의 최고경영자및 경제지도자들을 상대로한
설문형식의 주관적 평가에 있어 다른 모든 조사대상국이 아닌 자국에
대해서만 주관적으로 평가하도록한 점이다.

한국과 같이 비판 의식이 강하고 기대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자기 평가
결과가 낮게 나타나는 모순이 있을수 있다.

영국의 권위있는 "파이낸셜 타임스"지도 어떻게 인구 3백만 미만인 도시
국가 싱가포르가 독일 일본에 비하여 경쟁력이 앞설수 있는지, 또 G7국가인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못한 32위이며 남미의 콜롬비아(30위)에 비해 뒤쳐질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세계경쟁력 순위의 평가기준및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상의 논의에서 IMD의 평가방식과 분석상의 문제점에 대해서 우리는
충분한 의문을 제기할수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을 정확히 평가할수 있는 완벽한 새로운 지표를 개발할수
없다면 우리는 이번 IMD의 보고서를 연례적인 "국가건강진단표"로 활용해야
할것이다.

과거에는 비교적 건강했던 우리 국가경쟁력이 올해에 와서는 건강도가
떨어졌다고 평가받는다 해서 그 진단방법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진단한
의사의 자격에 시비를 가리는 것은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경쟁력위기"라는
현실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줄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남에게 보이는 것이 수치일수는 있다.

그러나 옛 속담에 "병은 알려라"라고 했다.

이 진단을 우리가 앓고있는 또 앓게될지 모를 "한국병"에 대한 조기경보로
받아들이고 대망의 21세기를 바로 앞에둔 이시점에서 국가건강을 체크해
보는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의 희망은 과거나 현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있다.

우리의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의 희망은 다가오는 21세기에 있으며 이
희망을 현실화하려면 우리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이번
IMD보고서에서도 지적한 개방화 국제화 규제완화 정부혁신 인프라 확충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국민 정부 기업이 3위일체가 되어 배가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