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20일 아침 정세영현대그룹회장과 단독 조찬회동을 가져
재계는 물론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김대통령이 재계총수들을 개별적으로 만난것은 지난달 17일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이래 16번째이다. 그러나 이번 정회장과의 만남은
지난대선당시 국민당 대통령후보로 출마했던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그룹측의 공공연한 선거개입등으로 소원해졌던 관계가 다소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측면에서 주목을 끌고있다.

그러함에도 정작 청와대나 현대그룹측은 "만남의 의미"가 지나치게
확대해석되는걸 원치않고 있다. 청와대의경우 경제문제가 정치적의미로
비약돼 순수성이 훼손되는것을 꺼리는 것같고 현대측은 청와대가 느끼게될
부담이 모처럼의 대정부관계개선 조짐에 찬물을 끼얹게되지 않을까 우려
하는 눈치다.

청와대의 한 고위당국자는 "김대통령과 정회장의 만남은 순수하게 경제인
정세영현대그룹회장을 상대로한 것이며 다른것과 결부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한것도 바로 그단적인 예다. 그는 또 "정주영씨와 기업인 정세영회장
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덧붙여 이날 만남이 현대의 과거행위, 특히
정주영명예회장에 대한 "완전한 면죄부"로까지 비약되는것을 사전 차단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나 현대측의 반응이 어떠하든 "이날의 만남"은 몇가지
점에서 관심을 끌고있음을 부인할수 없다.

우선 "정부-현대 관계개선설"이 급속히 나돌고있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면담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현대에 대한 감정을 플어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조짐은 최근
이경식부청리의 관훈클럽 토론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감지됐다.
"김대통령의 정회장 독대계획""현대그룹에 대한 산은총설비자금지원
재개방침"등을 잇달아 흘렸다.

이무렵 청와대의 몇몇관계자들도 "현대그룹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수 없다""정주영씨 문제와 현대그룹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발언이 공사석에서 나오곤 했던 것이다. 이런점으로 미루어 김대통령의
정회장면담은 결코 의례적인 행사만으론 볼수없다는 분석이다. 다시말해
새정부의 현대그룹에 대한 태도변화의 출발점으로도 볼수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정부의 실명제대책이나 투자활성화등에
앞장서는등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펴고 있어 청와대로부터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기도하다. 또 어떤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처음
이건희회장과 만날때 만찬형식을 택했고 나머지 14명의 기업인과는 모두
오찬을 함께하다가 정회장과는 조찬회동을 한것에 대해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쨌든 이날 김대통령이 정회장을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경제단체관계자는 "정부와 기업간의 지나친 불화는 경제회생을 위해 힘을
모아야할 현시점에서 도움이되지 못한다"며 이날의 만남을 "잘된일"로
평가하고 있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