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이 누적되고 있지만 견제할 기구는 사실상 없다. ‘선거 중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정기적인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국회의원들도 국정감사를 통해 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 일상적인 지역구 관리부터 선거 활동까지 선관위의 규제를 받는 ‘을’이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2020년 첫 국정감사에서 선관위 활동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가 ‘보복’을 받았다고 했다. “지역구 활동에 선관위 직원이 나와 행동 하나하나를 살피는 일이 부쩍 늘었다”며 “행사에서 제사상 돼지머리에 만원짜리 하나 꽂는 일도 신경 써야 했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헌법 기관’임을 내세워 국정감사 자료 요구에도 잘 응하지 않는다.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선관위 직원의 해외 출장 내역을 요구했는데 백지만 냈다”며 “10년 넘게 국회에서 일하며 처음 겪은 일”이라고 말했다. 직원 비위 내용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도 선관위 사무총장 등은 “감사실에서 조사해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 정부 부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선관위의 입장을 싸고도는 의원이 많다. 선거 기간 활동 중에 발생한 문제를 선관위가 고발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직 채용 관련 비리가 대거 밝혀진 최근 감사원 감사도 성사되지 않을 뻔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선관위 선거 업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를 원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은 선관위에 밉보이지 않을까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선관위의 문제점을 의원들도 알고 있지만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기는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력직 부정 채용을 계기로 선관위에 대한 일상적인 외부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나 국회 산하에 별도 조사기구를 꾸려 선관위 업무의 투명성을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