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이언(본명 이용현·사진)의 음악은 ‘실험적’이란 단어로만 정의하기에는 부족하다. 그의 밴드 못(MOT)은 두 장의 앨범을 통해 노이즈 가득한 선율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우울한 감성을 그려냈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첫 솔로 음반 ‘길트 프리’는 디지털 사운드의 극한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연말 발매한 미니앨범 ‘리얼라이즈’는 전작과는 정반대로 어쿠스틱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니앨범 발표를 기념해 내달 6~7일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여는 그를 서울 문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람들은 ‘어쿠스틱’이란 말에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심플하고 여백이 많다는 식으로 말이죠. 이번 음반에서는 전자음을 조립했던 전작과 같은 방식으로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했어요. 전혀 다른 사운드지만 여전히 이이언의 색은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의 음악적 실험성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란 이력도 영향을 미쳤다. 연세대 전파공학과 출신인 그는 악기 소프트웨어를 직접 제작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작곡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그다. 2008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뮤직테크놀러지와 음악 관련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음악이든 영상이든 디지털 정보는 0과 1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음악도 하는데 영상이라고 못할 것이 있겠느냐고 생각했죠.”

이이언은 오랜 시간 음반 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4년 못 1집 이후 2집을 내놓기까지 3년이 걸렸다. 다시 솔로 1집이 나오는 데 5년이 걸렸다. 하지만 솔로 2집은 불과 10개월 만에 나왔다. 그는 “솔로 1집을 준비하면서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해 삶이 함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설가 은희경의 충고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설가처럼 데드라인과 집필 시간을 정해놓기로 했다는 것.

“연주자들에게 음표 하나까지 그려줬던 작업 방식도 최대한의 재량을 주는 쪽으로 바꿨어요. 이이언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찾은 것 같아요.”

못 3집은 이르면 연말께 나올 예정이다. 새 앨범에 대해선 “못이나 솔로 음반이나 작사·작곡을 혼자서 하고 있는데 못의 새 앨범은 1·2집의 연장 선상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달 열릴 콘서트는 지난해 길트 프리 앨범 이후 한 콘서트와는 정반대의 공연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공연은 최첨단 기술과 ‘에지’한 장비에 트렌디한 영상까지 활용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모두 배제했습니다. 못 1·2집과 길트 프리 음반의 수록곡들도 모두 어쿠스틱으로 새롭게 편곡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4만4000~6만6000원. (02)6339-1232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