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냉동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냉동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혼자 사는 직장인 강모 씨(35)는 냉동과일을 자주 산다. 평소 과일을 먹고 싶어 구매를 해도 1인 가구다 보니 다 못 먹고 버리기가 일쑤라 차라리 얼려놓고 조금씩 먹을 수 있는 냉동 과일을 택하는 것이다.

강 씨는 “냉동 블루베리나 냉동 망고 등을 구입해 언 상태에서 과일 아이스크림처럼 먹기도 하고, 갈아서 요거트에 넣어 먹거나 주스를 해먹기도 한다”며 “생과일만큼 신선한 맛을 즐기기는 어렵지만 남은 양을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속 과일이 달라지고 있다. 바쁜 1~2인 가구가 늘면서 묵직한 일반 수박 대신 혼자 먹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 수박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손쉽게 주스, 샐러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냉동 과일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편의성’이 과일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되는 것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형 수박.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형 수박. 사진=연합뉴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달 1~28일 5㎏ 미만 수박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8.4%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는 5㎏ 미만 수박 판매가 30%나 증가했다. 홈플러스에서는 5㎏ 미만 수박 판매가 23% 뛰었으며 구매 비중도 지난해 11%에서 올해 19%까지 올랐다.

특히 사과처럼 깎아 먹을 수 있는 '미니수박'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마트에서는 블랙망고수박 매출이 지난해보다 36.7% 신장했다. 블랙망고수박은 속은 노랗고 겉은 검정색으로 1~2인이 먹기 좋은 4~5㎏ 미만 크기에 맞춰 개발된 종자다. 애플수박, 미니흑수박, 블랙스위트수박 등 미니수박을 판매 중인 롯데마트에서 이 수박들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를 기록하고 있다.

미니수박은 무거운 무게와 많은 양 때문에 일반 수박 구매가 부담스러웠던 1~2인 가구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껍질이 얇아 손질이 쉽고 음식물 쓰레기 부담이 적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씨없는 수박 역시 먹기 편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추구하는 ‘편리미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아예 손질이 필요 없는 냉동과일과 커팅 상품 수요도 늘고 있다. 냉동과일 중 인기가 있는 상품인 애플망고나 블루베리, 딸기 등은 그대로 먹어도 되고 주스나 스무디, 빙수 등 각종 디저트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냉동과일은 폭염 시기에 인기가 치솟는 만큼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박.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박. 사진=연합뉴스
껍질을 제거하고 커팅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 수요도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등 일부 점포에서 과일을 손질해주는 ‘프레시 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하루 평균 이용자가 200여 명에 달해 2~3시간씩 대기가 발생할 정도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3개 점포의 과일 구매 고객 수는 타 매장보다 20~30%가량 많다.

롯데마트의 제타플렉스에선 5월 중순 수박 시즌이 시작되자 과일 커팅 서비스 ‘스윗 슬라이스’의 이용객이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보관과 껍질 처리가 까다로운 수박이 전체 구매 고객의 9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는 1인 가구 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3.4%로, 전체 가구 형태 중 가장 비중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바쁜 직장인 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냉동 과일이나 커팅 과일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