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사들이 여름 휴가철 일본 홋카이도 여행 수요 잡기에 나섰다. 일본이 입국 규정을 완화하면서 사실상 2년 동안 막혔던 홋카이도 여행이 조만간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5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롯데관광은 7월 26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과 홋카이도를 오가는 대한항공 4편(왕복 8회 운항) 좌석을 통째로 구매했다. 한 편에 170여 명이 탈 수 있는 만큼 700석가량을 선구매한 셈이다. 업계 1위 하나투어도 7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대한항공 전세기를 4회 띄우기로 했다.

이들 회사가 여름 휴가시즌에 홋카이도에 ‘올인’하는 건 전세기 좌석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여행 수요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홋카이도를 찾는 국내 수요가 많았지만 일본의 까다로운 입국 규정 탓에 실제 여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도쿄와 오사카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정규 항공편이 유지됐지만, 여행 수요가 대부분인 홋카이도의 경우 이 기간 하늘길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뀐 건 지난 17일부터였다. 일본 정부가 이날부터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한국인에게 격리 의무를 해제해줘서다. 다음달부터는 외국인 입국자 수 한도를 하루 1만 명에서 2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홋카이도는 여름에도 선선하기 때문에 8월 휴가지로 인기가 높다”며 “100% ‘완판(완전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롯데관광 및 하나투어와는 다른 전략으로 홋카이도 여행 수요를 잡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 여러 항공사의 홋카이도행 좌석을 쪼개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 것. 모두투어는 7월 20일부터 8월 17일까지 57회에 걸쳐 여행객을 홋카이도에 보내기로 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전세기를 띄우는 것에 비해 고객들이 선택할 여행날짜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행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방역조치만 완화했을 뿐 ‘비즈니스 비자’를 받은 한국인에게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어서다. 이런 비자를 받지 않은 관광객은 일본 땅을 밟을 수 없다. 7월 중순까지 일본 정부가 입국 규정을 추가로 완화하지 않을 경우 ‘무더기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입국 규정 추가 완화 가능성만 보고 ‘도박’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