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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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중고용품 구매는 물론 소형 가전제품 등새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뜯지도 않은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선물 받았는데 이미 쓰던 게 있어서"라거나 "선물하려고 샀는데 필요가 없어져서 싸게 판다"라고 설명한다.
당근마켓에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은 이유?

단순히 금액만 따져보면 굉장한 이득이라 여겨지는데 이들 소형가전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근마켓에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미지 = 당근마켓 판매 글

이미지 = 당근마켓 판매 글

게시자는 "당근마켓 보면 10~20만 원대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다"면서 "선물 받은 거 필요 없다거나 집들이 선물이라는 식으로 사연 붙여서 팔고 있는데 원래는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최저가 사진도 올린다. 정가는 50~80만 원 상당이라는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브랜드다"라고 썼다.

이어 "스펙을 보면 10만 원대 중국 차이슨 청소기와 비슷하고, AS 어디서 해주는지도 미지수다"라며 "이런 제품이 어디서 나왔을까.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복지몰 상품이다"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복지몰은 공무원들의 복지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정책으로 공무원들만 사용 가능한 전용 쇼핑몰이다.

공무원 복지몰은 간식, 건강기능식품, 문화, 레저, 숙박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으며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이용해 구매가 가능하다.

공무원 복지 포인트는 연간 지급되는 수당 중 하나로 급여에는 포함되지 않는 항목이기 때문에 기본급과는 별도로 지급된다. 포인트 금액은 개인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일방적으로 국가직보다는 지방직 공무원이 더 많이 받는다.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매년 1월 1일 지급되며 평균 125만 원 내외를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기업의 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휴 복지몰도 운영되고 있다.
당근마켓에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은 이유?

게시자는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내수 소비 활성화를 위해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 그 제휴처 중의 하나가 복지몰이고, 일부 직원들이 포인트 현금화나 차익을 위해 저가상품을 구매 후 되파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 LG 같은 유명브랜드도 복지몰에서 팔지만, 비싸기 때문에 되팔 장점이 없고, 50% 이상 할인되는 품목을 보면 생소한 브랜드들인데 백화점, 대형할인점 등에서 취급을 잘 안 하는 브랜드들을 사서 이걸 되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걸 납품하는 유통사는 지마켓 네이버 등에 판매가의 4~5배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정가를 올린다"면서 "판매처도 적고 리뷰도 없거나 적다. 비싼 값에 올리는 이유는 요즘 인터넷에 모델명 최저가 검색 후 물건 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게시자는 실제 사례도 공유했다.

당근마켓 판매자는 47만 원 고급 제품을 13만 원에 파는 것처럼 올렸지만 실제 복지몰에서는 12만 원에 판매되는 제품이었다.

기자가 확인한 무선청소기도 당근마켓에서는 "선물받았다"며 저렴하게 15만 5000원에 판다고 올렸으며 온라인 쇼핑몰 가격은 79만 8000원에 올라가 있었다. 해당 판매자는 이 외에도 공기청정기, 선풍기, 식기류 등 미개봉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선물을 받거나 증정품으로 얻은 제품을 불필요해 파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당근마켓에 미개봉 또는 미사용 제품이라고 올라온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소형 가전제품은 복지몰에서 파는 브랜드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게시자는 "○○펠, ○○스 등 복지몰에서만 파는 브랜드가 많다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라며 "판매 상품이 복지몰 상품뿐인 당근 판매자는 전부 미개봉 새 제품을 복지몰 가격에 5만 원 가상 웃돈을 얹어 판매하고 있었다. 무선청소기뿐만 아니라 냄비 세트, 에어 프라이기, 서큘레이터, 안마건, 공기청정기, 식기류 세트 등 가격이 뻥튀기된 물품들이 당근마켓에 올라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품이 나쁘다거나 불법행위를 하는 건 물론 아니다"라며 "다만 네이버 최저가처럼 50~80만 원에 팔릴만한 게 아니고, 딱 포인트 가격에 팔릴 정도의 저가형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샀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최근에 구매했는데 복지몰 제품인 줄은 몰랐다. 그저 저렴하게 판매하는 고마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불법은 아니라지만 참 씁쓸하다", "좋은 정보다. 바쁠 땐 대충 가격만 보고 그냥 막 사기도 했는데", "그거 겨우 몇만 원 더 받자고 그 고생을 하는 공무원이 있다고? 팔릴지 안 팔릴지도 모르는데", "필요한 사람이 저렴하게 사라고 있는 게 중고 사이트인데 뭐 어떻다는 건지 필요한 사람이 사면 서로 윈윈 아닌가", "본인에게 필요한 용품 저렴하게 사서 잘 쓰고 만족하면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이에 게시자는 "복지포인트 쓸 방법 많은데 되팔기 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시는데 주유나 교육비 의료비 외식비 등 사용처도 많고 그렇게 소진하시는 분이 대다수인 건 맞다"라면서도 "일부 급전이 필요한 분들이 저렇게 되파는 것이다. 몇만 원 차익이 적어 보여도, 저분들은 저 물건 하나만 단발성으로 파는 게 아니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 한 장 찍고 글 복사한 다음 몇 달 동안 똑같은 글을 당근마켓에 올렸다 지웠다 하면서 여러 물건을 팔고 있다. 수고할 것도 없다. 구매자를 퇴근 후 집 앞으로 오라고 부르니까"라며 "얼마 전 1만 6000원 벌겠다고 2주 동안 매일 블로그에 일기 쓰는 중단된 이벤트 참여시켜달라며 청와대 청원 올리면서 네이버 고소하겠다고 난리 치는 분들도 계셨다. 그쪽 세계 분들에겐 글 하나에 단돈 2만 원은 14일 동안 쓰는 일기에 비하면 엄청난 편익이자 쾌거다"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복지몰 이용약관에는 "이용자는 적립된 포인트를 본인의 거래에 한하여 이용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매매 또는 양도 등의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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