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출품될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히치콕’.
오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출품될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히치콕’.
미술장터를 뜻하는 아트페어(Art Fair)는 단순한 미술 행사가 아니라 돈이 모이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1970년 세계적인 화상(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 등이 주도해 만든 미술장터 스위스 바젤아트는 독일 프랑스와 맞닿은 지리적 이점으로 세계 최대 규모 아트페어로 성장해 지난 6월 행사에서는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1979년 미술장터 ‘화랑미술제’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래 2015년 처음으로 4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관람객이 80만 명에 달했고 미술품 판매액도 700억원대로 추산된다. 화랑업계의 연간 매출(2300억원 추산)의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아트페어가 국내 미술시장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 상업 화랑과 작가들이 2011년 미술품 양도세 부과 이후 삼성미술관 휴관, 정부의 ‘미술품 유통 규제와 ‘마진세’ 추진 등으로 미술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자 기획전보다 크고 작은 아트페어를 열어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3차원 조형물아트페어를 비롯해 호텔아트페어, 중저가 아트페어, 작가 주도 군집형 미술장터, 공예 및 디자인 전문 아트페어 등도 등장했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 KIAF 21일 개막

아트페어 전성시대…연 40여개·매출 700억대로 성장
하반기에도 다채로운 아트페어 행사가 잇달아 열린다. 미술시장이 좀체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어서 미술품 가격이 20~30% 정도 하락한 데다 무려 3만여 점의 작품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컬렉터들의 관심이 뜨겁다.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21일부터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한국 미국 일본 등 13개국 화랑 167곳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유명화가 작품 4000여 점이 걸린다. 올해부터 주빈국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질적인 성장을 시도하겠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부대행사를 보강했다. 다채로운 미디어 작품으로 꾸미는 ‘너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 것들’, 한국 행위 예술 50주년을 조망하는 ‘실험과 도전의 전사들’전 등을 마련한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세터에서 오는 28일 개막하는 아트광주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6개국 69개 화랑이 참가해 400여 명의 작품 2000여 점을 선보인다. 가격은 점당 10만원에서 1억원대까지 다양하다.

직장인을 겨냥한 아트페어인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는 다음달 12일부터 3주 동안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마련된다. 원로 및 중견에서부터 30대 신진에 이르기까지 180여 명이 개인전 형식으로 3500여 점을 전시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작가에게서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대화도 할 수 있다.

한국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국내외 화랑 60여 곳이 참여하는 ‘서울아트쇼’(12월23~27일·코엑스)에는 회화와 조각,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300여 명의 작품 2000여 점이 걸린다. 이 밖에 청주공예페어, 대구아트페어, 대전국제아트쇼, 제주아트, 청담미술제 등이 열려 미술품 1만여 점을 쏟아낸다.

◆미술품 대중화, 시장 활성화에 기여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트페어가 미술문화 대중화와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2015년 시작한 국내 유일의 조형예술 특화 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은 공공미술을 업그레이드했고,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아시아호텔아트페어는 한국 미술의 국제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적당한 가격’이라는 의미의 ‘어포더블(affordable)’ 아트페어는 중저가 그림 장터를 부각시키며 미술품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5년부터 시작한 작가미술장터는 작품 전시 기회가 적은 신진 작가의 작품을 판매할 장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다만 미술시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작가와 수요자 간 직거래 형태의 아트페어는 유통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 기대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동재 아트사이드 대표는 “작가들이 한두 작품 판매에 고무돼 화랑을 통하지 않아도 작품을 팔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것은 제살 깎아먹기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