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
“미국 주가는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고원에 도달했다.”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1929년 대공황 직전 말했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경제학 대가(大家) 피셔는 이 발언으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경제학자’의 표본이 됐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경제학 이론은 지금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업적이 ‘화폐수량설’이다. ‘M(통화량)×V(화폐유통속도)=P(물가)×Y(실질 국내총생산)’라는 공식이다. 단기에 화폐유통속도와 실질 국내총생산이 일정하다면 물가는 통화량에 비례한다는 주장이다.

명목이자율은 실질이자율에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것이라는 공식도 피셔가 제시했다. 이른바 ‘피셔 효과’다.

대공황으로 명예가 실추됐지만 피셔의 천재성은 또 한번 빛을 발했다. 피셔는 대공황 때 경기침체가 극심한 원인을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설명했다. 경제 주체가 소비와 투자를 미루고 빚 갚기에 주력하면서 경기침체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더딘 경제 회복의 원인으로 재조명을 받았다.

피셔는 1947년 4월29일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1969년 노벨경제학상이 제정되기 전이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