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빙 지음│김중근 옮김│청림출판│299쪽│1만4800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을 뽑은 뒤여서 그런지 우리 주변에는 국가지도자를 CEO로 보는 등식이 유행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그렇고 'CEO대통령'이라는 신조어가 그렇다. 국가와 기업 경영의 지향점이 어찌 같을까마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이라는 기술 측면만 보자면 수긍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천년제국 로마에서 배우는 21세기 경영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역시 그렇다. 로마의 신화적 시조 아이네이아스의 두 아들은 알바롱가라는 구멍가게 벤처 공동창업자로 비정되고,양치기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갈등은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쌍둥이 형제의 다툼으로 설명된다. 가족공동체 정신을 강조한 초기 로마의 아름다운 관습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인간적 유대를 배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문화가 종업원 연금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그지없이 삭막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식이다. 사비니 처녀들의 약탈 장면은 벤츠의 크라이슬러 인수나 휴렛패커드의 컴팩 합병에 버금가는 중요한 경영성과로 설명되고,카르타고 장군 한니발과의 포에니전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우월성 여부를 설명하는 재료로 등장한다. 위기일수록 충성심을 가진 인재가 많은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감수자로 이름을 올린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사장은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 팬으로 《로마인 이야기》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위대한 기업,로마에서 배운다》(2006년)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