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배낭여행은 선뜻 결행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경비도 경비려니와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대학시절 한번뿐이기 쉬운 것이어서 많이 알려진 여행코스를 잡기 마련. 그러나 색다른 자연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널려 있다. 가보지 않아 환상으로 남아 있는 곳들이다. 체코 프라하는 동유럽 배낭여행에서 빼놓을수 없는 도시.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배낭전문가들이 여전히 "강추"하는 명소다. 호주의 에어즈록과 터키 이스탄불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선상에 떠오르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호주 에어즈록 에어즈록은 호주대륙 중앙에 있는 작은 도시. 바다와 숲의 푸른색에 익숙한 여행자라면 전혀 다른 느낌의 자연이 주는 감흥에 쏙 빠져들게 만드는 곳이다. 주변은 키 작은 나무와 덤불만이 있는 진홍색 사막. 그 한 가운데 불끈 솟은 에어즈록(호주 원주민은 울룰루라고 한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에어즈록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산. 단 하나로 이루어진 사암 덩어리지만 철분의 산화작용으로 겉이 붉게 보인다. 청명한 날 일출,일몰 때 한층 진한 핏빛으로 물든다. 호주 원주민인 아낭우의 성역이기도 해 태고부터 이어져 온 그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에어즈록에서 40km 정도 떨어진 카타주타도 장관. 36개의 돔 형태 바위산이 무리져 있다. 진안의 마이산처럼 굵은 자갈을 섞은 콘크리트를 부어놓은 것 같은데 산화작용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다. 숙박시설로는 호텔,장기 체류형 아파트,캠핑장까지 갖춘 에어즈록 리조트가 유일하다.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을 잇는 관문인 터키는 월드컵대회 이후 한국 여행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중해 쪽 유럽 여행길에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동유럽 주요 도시를 묶어 여행일정을 짜면 금상첨화. 지진이 자주 발생하며,여름에는 너무 더운 게 흠. 비잔틴제국과 오스만·터키제국의 수도로 1천6백여년간 번성했던 이스탄불이 터키 여행의 핵심이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마르마라 바다에서 바라보는 이스탄불은 수많은 모스크의 돔과 첨탑,현대적 감각의 마천루가 환상적인 실루엣을 보여준다. 보스포러스 해협에 유유히 떠 있는 크고 작은 배,양쪽 언덕의 그림 같은 궁전들과 터키 전통주택,그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들이 어울려 정감을 자아낸다. '지혜의 성당'이라 불리는 하기야소피아(성소피아성당)를 본다. 몇몇 학자들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하나를 더해 8대 불가사의로 간주하는 이 성당은 건축을 모르는 이들도 감탄하게 만든다. 톱카피궁전은 오스만제국 건축술의 집합체. 왕족이 소유했던 도자기와 보석,무기,서예 등 많은 예술품이 소장돼 있다. 술탄 아흐멧 모스크(블루모스크)는 17세기 이슬람 건축예술의 백미로 꼽히는 곳. 모스크 안 푸른 색상의 타일 장식과 중앙돔으로부터 나 있는 2백60개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어울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감을 안겨준다. #체코 프라하 프라하는 '북쪽의 로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도시. 동유럽 여행의 핵심으로 꼽힌다. 많은 영화와 CF 촬영장소로 알려져 있다. 촬영장소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아름다움의 한 축을 이룬다. 대개 프라하 최대 번화가인 바츨라프 광장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옛 시가지의 중심부인 구시가지 광장은 여행자들의 쉼터. 15세기 종교개혁의 선구자였던 얀 후스의 동상이 서 있다. 광장 주변에 구시청사,틴교회,킨스키궁전 등 아름다운 건물이 많다. 거리의 악사와 노점상이 여행길의 흥겨움을 안겨준다. 고딕 양식의 구시청사 탑 바깥 쪽에 천문시계가 있다. 천동설에 따른 천체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매시 정각 조각상 옆의 작은 창이 열리고,그리스도의 열두 제자가 얼굴을 내미는 것과 함께 죽음의 신이 종을 울리는데 이 장면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린다. 탑에 오르면 구시가지 광장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15세기 초 완성된 보행자 전용 다리인 카를다리 산책도 빼놓을 수 없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