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주민이 한 명도 없다.

’예마을’은 2016년에 고령군 덕곡면의 마을 주민이 함께 만든 영농조합법인의 이름이다.

‘예마을’은 경북 고령군의 생활인구 프로젝트로 3박 4일 체류할때의 마지막 숙소였다. 처음에는 ‘예마을’이라고 하기에, 전통 한옥의 예법을 갖추어 하룻밤 머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주민 감소로 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잔디를 깔고, 건물을 새롭게 정비하여 숙박시설을 만든 곳이다. 운동장 한쪽에는 유럽형 카라반, 물놀이 체험장과 사계절 펜션도 만들어서, 관광객이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별도로 딸기농장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몇가지 놀라운 것이 있다.

예마을에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그 맛이 예사롭지 않다. 고령 시내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과는 완전히 다른 집밥이다. 덕곡면의 어르신들이 번갈아 가면서 봉사하는 주민자치 식당인데, 약 7~8가지의 정갈한 반찬과 국을 갖춘 완전한 밥상이다. 찬 하나하나의 식감이 너무나 좋아서, 다음 식사가 기다려진다.

더욱 놀라운 것은 디저트이다. 직접 재배하는 딸기농장에서 갓 수확한 딸기를 마음대로 먹게 하는데, 난생처음 하얀색 딸기를 접하였다. 완전히 익은 딸기로서, 고가의 디저트에 많이 사용되는 딸기라고 한다. 일반적인 빨간 딸기와는 식감이 다른데, 탄력성이 있고 맛이 독특하다. 식사 후에는 예마을 책임자와 대화 시간이 준비돼 있었다.

예마을의 발칙한 시도

주민 자치로 영농조합을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주민들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혈연과 지연으로 연결된 마을들은 감정적으로 더욱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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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농조합은 상근 근무자 2~3인이 활동해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데, 조합이 상근 근무자의 생계도 책임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데, 최적점을 찾기 쉽지 않다.

기존 사업을 매년 운영하면서 시대적인 트랜드를 따라가는것도 벅차다. 여름 한 철에만 운영하는 물놀이장은 젊은 부부와 자녀가 주로 방문하는데,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끊임없이 변화하여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예마을은 우리와 같은 도시인을 가입시켜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경험 없는 도시인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작은 기회라도 찾아보려는 노력에 존경을 표한다.

흔히, 종이 멸종되는 것은 외부로서의 충격이 아니라, ‘고립’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예마을의 새로운 시도는 참으로 신선하다. 도시인과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협업이 많이 기다려진다.

비닐하우스 딸기 농장의 반전

이제 ‘하우스’라는 말은 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용 ‘비닐 하우스’를 의미한다.

숙소 가까운 곳에 비닐하우스 네 개 동의 딸기 농장이 있다. 딸기는 보통 11월부터 5월까지 수확이 가능한데, 끝물에는 외부인을 대상으로 딸기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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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g 플라스틱 박스에 딸기를 가득 담으면서, 무제한 시식도 가능하다. 최대한 많은 딸기를 담아가고 싶었지만, 너무 많으면 딸기가 문드러져서 딸기 형태가 이상해진다. 딸기로 배가 불러보기는 처음이다. 조심스럽게 딸기를 수확하는데, 하나씩 먹다 보면 포만감이 갑자기 찾아온다.

딸기 농장을 찾은 것은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딸기잼용 딸기 5kg을 구매하여 오라는 아내의 요청(지시)이다.

딸기 농장관리인은 처음에는 완강히 팔지 않으려 하였다. 먼 거리까지 가져가면 품질을 책임질 수 없고, 손님의 원망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별도로 소비자 판매는 하지않기에, 몇 번을 애원하여 겨우 구매하게 되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딸기잼용 딸기와 시식용 딸기의 맛을 비교하였는데, 놀랍게도 조그마한 딸기잼용 딸기가 더욱 맛있었다.

농민들은 가장 맛있는 시기에 딸기를 수확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을 알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서 사 먹는 딸기는 겉은 빨간색이지만, 속은 하얀색으로 덜 익은 상태가 많다. 딸기가 문드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약간 덜 숙성한 상태에서 출하 하는것 같다. 전문가와 초심자의 차이가 이런 것이다.

KTX의 좁은 좌석에서 딸기 꾸러미를 가지고 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산지에서의 딸기를 서울에서 맛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새롭게 봄이 오면 고령의 딸기가 다시 기억 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이동고 이모작 생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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