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생존화가 중 누구의 작품이 가장 비쌀까. 이번에 전시회를 갖는 유영국 김창열 화백을 비롯해 천경자 이우환 화백(67) 등의 작품값이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신작에 비해 1960∼70년대에 그린 구작들이 값이 더 나간다는 점.유영국 천경자 화백은 나이가 많아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우환 김창열 화백은 여전히 왕성한 작업활동을 펼치고 있어 시대별 작품값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유 화백의 대표작인 1960년대 '산' 시리즈는 1백∼1백20호 크기가 3억원을 웃돈다. 70∼80년대 기하학적 추상작품과 달리 60년대 작품은 산의 이미지를 단순하면서도 색채 위주로 표현,서정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60년대 구작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매매로 나오는 작품이 별로 없어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60년대 구작은 작가와 가족들이 10여점을 소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천 화백은 70년대 석채(石彩)로 그린 10호 크기의 '소녀''여자 얼굴' 시리즈가 가장 인기가 높다. 소품인데도 거래가는 5천만∼7천만원에 이른다. 천 화백이 해외 여행을 하면서 그린 스케치 작품은 가격이 이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IMF사태 이후 수요자가 많아 3∼4배 오른 상태다. 파리 도쿄 등 해외에서 활발히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우환 화백도 70년대작인 '선' 시리즈가 그림값이 가장 비싸다. 1백호 크기 기준으로 거래가는 1억2천만원선.또 다른 대표작인 '점' 시리즈는 이보다 낮은 8천만∼9천만원 수준이다. 김창열 화백도 물방울이 화면 가득 담겨 있는 '회귀' 시리즈가 가장 가격이 높아 1백호 짜리가 6천만∼7천만원선에 거래된다. 그림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수요가 있어야 가격이 오른다.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거래가가 형성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게 미술시장의 특성이기도 하다. 컬렉터가 특정 작가의 작품을 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구입하는 예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런 점에서 미술 시장에서의 거래가는 객관적인 기준일 뿐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미(美)'에 대한 가치는 시장논리 경제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