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길을 잃고 헤매면 백성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는 영국 격언처럼 한 나라의 지도자는 전국민의 운명을 좌우한다.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윌리엄 라이딩스2세·스튜어트 매기버 지음,김형곤 옮김,한언,9천8백원)은 역대 미국 대통령 41명에 대한 종합평가 보고서다.

백악관을 거쳐간 주인들의 국가경영 성적표를 순위별로 나눠 분석했다.

학자들의 전문적인 평가는 물론 개개인의 삶과 정치 이력,재임 기간의 사건·일화들이 곁들여져 있어 마치 한권으로 보는 미국사처럼 읽힌다.

저자들이 선정한 평가 기준은 △지도력 △업적및 위기관리능력 △정치력 △인사 △성격과 도덕성이었다.

몇년동안 계속된 여론조사에는 7백19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1위는 에이브러햄 링컨(16대)이 차지했다.

그는 업적및 위기관리능력,성격과 도덕성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으며 지도력,정치력에서도 2위를 기록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2위는 프랭클린 루스벨트(32대).

지도력과 정치력뿐만 아니라 업적,인사 등에서 1∼2위를 마크했지만 성격·도덕성에서 15위로 떨어져 수위를 놓쳤다.

3위 조지 워싱턴(초대)과 4위 토머스 제퍼슨(3대),5위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는 비교적 고른 점수를 얻었다.

6∼10위는 우드로 윌슨,해리 트루먼,앤드류 잭슨,드와이트 아이젠하워,제임스 매디슨 순이었다.

현재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평가 유보''라는 전제를 달고 있긴 하지만 도덕성 부문에서 38위로 점수를 까먹는 바람에 전체 순위는 23위로 집계됐다.

1위로 꼽힌 링컨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너무나 유명한 일화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정많고 유머있는 대통령''으로서의 면목이 눈길을 끈다.

한번은 어떤 상원의원이 남북전쟁에서의 실수를 질책하며 링컨은 불과 1마일 밖에 생지옥이 있어도 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링컨은 "의원님,그것은 여기 백악관에서 의사당까지 가는 바로 그 거리군요. 그렇지 않나요"라고 대답했다.

언젠가는 한 여인이 벼랑끝에 선 가정을 부양하도록 남편을 군에서 제대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고 기꺼이 들어주며 친구인 스피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루에 두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말들은 하지만 그리 쉬운 건 아니네.그렇지만 스피드,내가 비록 죽을지라도 사람들이 나를 황무지에서 꽃이 자랄 수 있다고 믿고 엉겅퀴를 뽑아 그 곳에 꽃을 심는 사람이라고 기억해주길 원한다네"

이같은 덕성이 그를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려놓은 밑거름이었던 것이다.

대통령들의 러브스토리 또한 흥미롭다.

죽은 연인을 못잊어 늙도록 독신으로 지낸 ''일편단심 지조형''부터 아내를 비방하는 자들과 결투를 벌여 총상까지 입힌 ''사생결단형'',내연의 여인을 평생 숨겨둔 ''몰래사랑형'',온갖 스캔들을 몰고 다닌 ''카사노바형''까지 각양각색이다.

부록에는 역대 퍼스트 레이디 평가 순위도 담겨 있다.

1위는 엘리너 루스벨트였다.

힐러리 클린턴,로잘린 카터,재클린 케네디,바바라 부시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책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평가서 하나 없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대통령 본인만이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존 F.케네디)고 하지만 본인마저 정리하지 못하는 비극적 현대사의 물굽이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