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록의 "최고봉" 김경호(28)가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록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가 정통 "헤비록"으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발표한 4집앨범에 들어있는 "아름답게 사는 날까지"에서 변신의
조짐을 엿볼 수 있다.

이 곡은 언뜻 들으면 이전의 록발라드와 비슷하지만 세련된 멜로디, 웅장한
편곡, 처절한 노랫말 등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후렴구의 힘있는 록드럼 연주기법은 헤비메탈로 가는 데 다리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4집을 낼땐 "아름답게 사는 날까지"를 머릿곡으로 내세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 타이틀곡을 록발라드인
"비정"으로 바꿨습니다. 두 곡 모두 인기를 얻은 결과를 보고서야 팬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실 그는 정통 록음악을 추구한 첫 음반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2집부터 대중성을 접목시킨 음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히트곡인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금지된 사랑"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등은 모두가 대중을 의식한 록발라드였다.

그는 그러나 "헤비메탈이야 말로 내 음악의 본고향"이라고 말한다.

"이젠 그곳으로 돌아가 로커로서 새로운 피를 수혈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집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발표할 때부터 세워 놓았던
계획이지요"

대중성만 의식하며 활동하다 보면 스스로를 울타리에 가두는 꼴이 돼
버릴 것 같아서였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만들어가는 호흡이 긴 가수가
되겠다는 게 그의 진짜 속마음이다.

"아름답게..."로 팬들에게 자신이 갈 방향을 알린 뒤 10월부터 새 앨범 작업
에 들어가 정통 헤비메탈 음악을 담아낼 계획이다.

그는 현재 가는 목소리의 절규, 폭발적인 무대 매너, 음악적 완성도에
이르기까지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음반은 나온지 며칠 안돼 거리 노점상에서 복제품이 나돈다.

해적들의 표적 가운데 정통 로커는 김경호가 거의 유일하다.

이런 인기로 가요계 신인들 사이에선 "김경호 따라하기" 현상이 생겨날
정도다.

"앞으로도 TV 출연보다는 라이브 무대를 위주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라이브는 록을 알리는 교두보이고 관객들에겐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
이기 때문이지요"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