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 12시.

경기도 분당구에 사는 조윤형(40) 주부는 이 시간에 대학에 간다.

그녀가 다니는 학교는 다름아닌 가상대학 OCU(오픈 사이버 유니버시티).

안방문을 나서 거실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켜면 그녀만의 대학이
화면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OCU의 홈페이지가 열린 것이다.

오늘은 무슨 강의를 들을까 고민하다 윤복희 교수의 "대학일본어"를
클릭한다.

잠시후 다음주 수요일까지 제3강의 과제를 제출하라는 교수의 메시지가
화면에 뜬다.

다시 클릭, 이제 본격적인 수업내용이 눈앞에 들어온다.

오늘 수업은 동사시제에 관한 강의다.

조씨는 모니터에서 강의내용을 한번 훑어본 후 필요한 내용을 프린트한다.

프린트물을 꼼꼼히 읽어보고 나니 시계는 벌써 새벽 1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3월 조씨는 성균관대 어문학부에 시간제 학생으로 등록했다.

교사자격증도 있는 그녀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하나.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하기 전에 직접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유치원교사로 일하면서 저녁에는 1주일에 세번씩 학교에 나와
공부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무척 힘들었다.

무엇보다 큰아들 종민이와 막내 종현이에게 미안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간단히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해 대학 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이었다.

학교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가정에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사이버대학생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그녀의 생활이 확 달라졌다.

예전처럼 학교에 가기위해 전철을 1시간 이상 타야하는 불편도, 번거롭게
화장하는 일도 없어졌다.

달라진 것은 또 있다.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수시로 인터넷에 접속하다 보니 이제 컴퓨터가 "만만하게" 느껴질 정도다.

남편 류범기씨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애쓰는 부인을 대견스러워 한다.

주부 교사 학생으로 1인3역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조씨를 "현대판 신사임당"
이라고 치켜세운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이트 에릭슨 등 유명 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설명해주는 엄마가 학교
선생님만큼이나 위대해 보인다.

사이버대학생활을 한지 반년이 지난 그녀는 "사이버대학생이 되면 자기
계발은 물론 가정에도 충실할수 있다"며 사이버 예찬론을 펼쳤다.

미래교육에 근무하는 이정순(35.여) 대리 역시 조씨와 같은 사이버대학생
이다.

지난 3월 사이버대학에 입학, 직장일과 대학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이씨는 요즘 주말마다 성균관대 도서관에서 살고있다.

주중에 밀린 리포트 때문이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어린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한다.

"직장일과 공부 둘다 놓칠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멋있게
연출할 줄 아는 여성이다.

< 최철규 기자 gray@ked.co.kr >


<> 사이버 대학이란

직접 등교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듣는 대학을 말한다.

학위를 마치는데는 학기당 9학점씩 총 8년이 걸린다.

현재 성균관대등 12개가 함께 운영하는 열린 사이버대(www.ocu.ac.kr) 등
전국적으로 20개의 사이버대학이 있다.

직장인과 주부들의 경우 집이나 가정에서 학위를 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성대의 경우 등록금은 학기당 45만원이며 현재 40명정도의 일반인이 사이버
대학에 입교해 있다.

오는 9월부터 정원이 늘어나 더많은 사람이 등록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강의는 텍스트형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상강의도 실시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적평가는 퀴즈 중간고사 기말고사 출석점수를 종합한다.

일반대학생도 수강할수 있으며 강의를 들은 수업은 학점으로 정식 인정된다.

외국의 경우 사이버대학은 직장인들의 재교육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문의 760-0812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