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 남쪽끝에 자리잡은 부산시청 별관 5층
문화예술과사무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가장 바빠진 곳이다.

18명의 공무원은 기업의 영업사원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5월만 해도 전국연극제와 부산 동아시아경기대회 문화축전을 치러야
하고 7월엔 바다축제, 10월엔 국제영화제가 연달아 잡혀 있다.

문화예술과는 자연히 시장과 자주 접촉하는 부서로 탈바꿈됐다.

예산만 해도 부산시 전체예산 1조7천6백95억원의의 2.23%인 3백94억
9천9백만원에 이른다.

문체부의 문화예술 부문이 국가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0.62%의
3배다.

확연하게 달라진 부산의 문화예술 바람을 전하는 셈.

"문화불모지로 인식됐던 부산은 이제 거듭나고 있습니다.

축제를 통해 형성된 시민들의 신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죠"

김종해 부산시 문화예술과장의 얘기다.

부산 문화계가 가장 강점으로 내세우는 분야는 해양문화의 개방성과
국제성.

세계를 향한 문화 발신기지로 부산의 이미지를 살린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국제도시의 이미지는 지난해 창설된 국제영화제에서 드러났다.

18만명의 인파를 동원, 세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첫 행사를 치른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에는 세계
각국의 영화관계자로부터 부산영화제 참여방법을 묻는 전화가 줄을
잇는다.

"부산에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고 할때 서울 영화계에서는 지방행사의
일부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러나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에는 해외 언론에서도 격찬했습니다"

오석근 부산국제영화제사무국장은 이 영화제가 부산시민들이 안고있는
문화적 열등감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잠재해있던 문화적 욕구가 영화제를 통해 폭발됐다는 견해다.

오는 10월10일~18일 열리게 될 2회 영화제에서는 지난해의 열기를 더욱
다지게 된다.

이를 위해 1895~1930년 아시아 각국 영화의 궤적을 살펴보는 발생기영화
회고전과 홍콩영화특별전을 마련한다.

국내 감독중 독특한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받는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도
상영한다.

예산도 지난해 (21억5천만원)보다 늘린 24억원을 잡아놨다.

준비기간도 충분하다.

영상스튜디오와 컴퓨터그래픽스튜디오 촬영소 등을 포함하는
부산영상산업단지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신발과 조선산업에 이어 영상산업을 부산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문화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3백42억원을 들여 해운대 올림픽공원에 시립미술관을 건축중이다.

대연동 문화회관과 UN묘지 일원 4천8백평에 문화공원도 조성한다.

금정문화회관 서부산문화회관 동래문화회관 등 각종 문화공간도 갖춘다.

또 시민이 한달에 한번이상 공연이나 영화 전시회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문화가족운동을 펼치고, 기업이 예술단과 결연을 맺는 운동도
전개한다.

해양문학상도 제정할 예정이다.

국립박물관 국립국악당등 중앙정부가 마련한 시설이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은 다가오는 21세기에 제2의 문화도시로
자리잡기 위해 시민과 자치단체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