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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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시간에 치킨 50마리를 조리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다. 뼈 치킨은 9분30초, 순살 치킨은 6분 만에 튀겨낸다. 바로 조리 로봇 ‘롸버트’다. 스타트업 로보아르테는 지난달 1인 운영 치킨 브랜드 ‘롸버트치킨’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월 렌털 요금 120만원에 조리 로봇을 공급해 점주의 인건비 부담을 대폭 낮췄다.

#2. 스타트업 니즈가 운영하는 ‘유통기한언제지’ 서비스는 냉장고 속에 있는 제품의 유통기한을 파악해준다. 냉장고에 식자재 등을 넣어둘 때 바코드만 찍어 두면 앱으로 식자재 현황과 유통기한 등을 파악해 관리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모든 가맹점의 실시간 재고 데이터를 확인·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 요식업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화가 가장 더딘 업종으로 꼽혔다.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큰 영향이다. 사업주 상당수가 키오스크와 같은 하드웨어 장비는 물론 기본적인 경영관리 솔루션조차 들여놓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확산 등의 위기가 겹치면서 ‘스마트 식당’은 생존 전략이 됐다. 로봇, 사물인터넷(IoT),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인공지능(AI) 등이 식당 예약과 식자재 구매, 조리와 서빙, 배달 영역 등에 침투하면서 첨단 스타트업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인건비보다 싼 로봇 렌털 비용
1인 운영 화덕 피자 브랜드 고피자는 3분 만에 여섯 판의 피자를 구워낸다. 한 시간에 100판을 만들 수 있다. 특허받은 자동 화덕 ‘고븐’과 피자 토핑을 올려주는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을 통해서다. 국내 매장 100곳을 돌파한 고피자는 싱가포르, 홍콩, 인도에도 진출했다.

세계 최초로 핸드드립 로봇 ‘바리스’를 개발한 엑스와이지(옛 라운지랩)는 자율주행 로봇 기업 코봇 인수를 발판으로 건물 내 배달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에니아이는 햄버거 생산 자동화 로봇 시스템의 시범 운행을 마쳤고, 퓨처키친은 치킨 조리부터 배달까지 로봇이 담당하는 자동화 설계를 완료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면서 조리 로봇을 넘어 서빙·배달 로봇까지 상용화하는 추세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미국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와 제휴해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 6월 렌털 서비스도 내놨다. 대여 비용은 월 34만원이다. 베어로보틱스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하정우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2017년 설립한 회사다.

뉴빌리티가 만든 자율주행 배달 로봇 ‘뉴비’는 서울과 인천 도심에서 근거리 배달 시범 운영을 마쳤다. 골프장에서 이미 상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트위니는 60㎏ 이상의 물건을 옮기는 데 특화한 로봇 기술을 확보해 외주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브릿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푸드 로봇 시장은 14억달러(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앞으로 연평균 13.4% 성장해 2029년에는 38억3000만달러(약 5조46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LG전자, 두산로보틱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푸드테크 분야 로봇 시장에서 앞다퉈 진출한 가운데 스타트업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식당 예약·관리, 스마트폰 하나로
몇 년 전만 해도 네이버 블로그 리뷰를 뒤지며 맛집을 검색한 뒤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예약했지만 이제는 앱에서 맛집 검색부터 예약까지 한 번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는 ‘캐치테이블’과 ‘테이블매니저’가 대표적이다. 예약이 안 되는 맛집은 가게 앞에서 기다려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도 없다. ‘나우버스킹’ ‘테이블링’ ‘터치비 웨이팅’ 등 모바일 앱을 통해 대기 예약이 가능해졌다.

가게 매출관리 앱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운영하는 ‘캐시노트’는 120만 사업장에서 쓰이는 경영 관리 앱이다. 매출 관리는 기본이고 세금 계산이나 직원의 급여명세서도 발급해준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올해 3월 포스(POS·판매시점관리) 전문 기업 아임유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카드 결제 단말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우아한형제들도 캐시노트와 비슷한 ‘배민장부’로 매출 관리 데이터 시장에 진출했다. 푸드노트서비스는 배달점포 자영업자를 위한 매출 장부 서비스 ‘장부대장’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55조원 외식업 식자재 시장 쟁탈전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 205조원 가운데 외식업 식자재 시장은 5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0% 안팎이고, 대다수가 중소 규모 유통사다. 아직 디지털 전환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자재 유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비용관리 소프트웨어와 주문배송, 두 축으로 진행 중이다. 마켓보로는 식자재 유통 분야 SaaS 1위 업체다. 2016년 식자재 플랫폼 ‘마켓봄’ 출시 이후 누적 유통사 수가 1만7000곳에 달하고, 누적 거래액은 2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스포카는 식당의 식자재 비용관리 앱 ‘키친보드(옛 도도카트)’를 운영하고 있다. 영수증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유통기한과 재고를 알려주는 냉장고 관리 앱 ‘유통기한언제지’도 나왔다.

식자재 유통시장의 디지털화로 자영업자들의 유통사 선택권은 넓어졌고, 식자재 배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상회’, 한국신용데이터가 인수한 푸짐,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2020년 한화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푸디스트의 ‘식자재왕’ 등은 직영 식자재 쇼핑몰이다. 각 식자재 유통사 가격을 비교한 뒤 구매하는 중계 쇼핑몰로는 딜리버리랩의 ‘오더히어로’, 엑스바엑스의 ‘오더플러스’, 가락시장의 중도매인과 식당을 연결해주는 ‘푸드팡’ 등이 있다. 더맘마는 동네 기반 중소형 마트를 확보해 온라인 플랫폼화했다.
주방에선 스마트 화분으로 채소 재배
식당의 디지털 전환은 다방면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분야가 그렇다. 오븐이나 냉장고 등 주방기기 등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이미 일상이 됐다. 해외에선 대형 냉장고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해 음식의 재고·유통기한 등을 파악하거나, 식기·포장용기 등에 센서를 부착해 알레르기 환자를 위한 식자재를 분석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실내에서 채소를 키워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 가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교원(웰스팜), LG전자(LG 틔운) 등 대기업이 식물재배기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닥터플랜츠 등 스타트업도 가세했다. 한국발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식물재배기 시장은 2020년 600억원에서 2023년까지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친환경 소비자가 늘면서 배달용 다회용기 회수 서비스를 하는 잇그린, 다회용기 세척 및 렌털 기업 뽀득 등 관련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나 맛집 음식을 정기 배송해주는 푸딩과 달리셔스, 아파트 조식 및 반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런트9, 푸드트럭에 특화한 잇츠고 등 다양한 플랫폼도 등장했다.

식품 생산부터 유통, 배송, 소비 등 전반에 기술 투자가 늘면서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2017년 2110억달러(약 301조원)에서 지난해 2720억달러(약 388조원)로 연평균 7%씩 성장했다. 2025년에는 3600억달러(약 513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