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중국 난징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TSMC 중국 난징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세계 반도체 1위 왕좌를 대만 TSMC에 내주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15일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 TSMC가 올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11% 증가한 202억달러(약28조1500억원)의 매출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매출이 19% 감소한 183억달러(약 25조5000억원)를 기록, 2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은 같은 기간 1% 소폭 상승해 3위를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과 인텔은 글로벌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인텔에 1위 자리를 뺏겼지만 지난해 3년 만에 0.1%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 내내 1위를 수성했던 삼성이지만, 최근 메모리 업황 악화로 3분기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IC인사이츠의 분석이다.

IC인사이츠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자유낙하(free-fall)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대규모 재고 조정 기간이 최소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글로벌 물가상승과 경기 침체로 악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TV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3~8%, 0~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PC용 D램과 모바일용 D램, 소비자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의 제품군 가격 하락 폭이 비교적 클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의 주요 매출처인 메모리 업황 악화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반면 TSMC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TSMC는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1위 업체다. 최근 5나노 및 7나노 공정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달러화 강세 효과 등으로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8.7% 증가한 2180억 대만달러(TWD)를 거둬 2개월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월간 기준으로 창사이래 최고 실적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8개월간 누적 기준으로도 매출은 1조4300억대만달러(약 64조)를 기록해 전년 대비 43.5% 늘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첫 고객으로 애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복권 후 첫 대외 행보로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복권 후 첫 대외 행보로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은 기존 강점을 지닌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도 키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TSMC를 넘어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올 상반기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GAA) 기술이 적용된 3나노 양산으로 TSMC를 추월할 밑거름을 마련했다. 지난 7월에는 평택 3라인(제3공장) 가동한 데 이어 평택 4라인 착공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착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특별복권 후 첫 대외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것도 이같은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TSMC는 삼성전자를 겨냥해 공개적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언급하고 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2 TSMC기술포럼에서 "우린 상품 설계 능력이 있지만 절대 스스로 상품을 설계하지 않는다"며 "여러분은 믿고 우리에게 상품 생산을 맡겨도 된다. 우리는 경쟁자(삼성전자)와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